'분위기 반전' 한대화 감독의 놀라운 승부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4.04 10: 43

한화에게 개막전 패배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괴물 에이스' 류현진을 내고도 0-6 영봉패로 완벽하게 무너졌다. 개막전 패배를 당한 그날 한대화 감독은 "뭐 잘했다고 돌아다녔겠나"라며 숙소에서 통음의 밤을 보냈다. 그리고 이튿날 한화는 3-1 역전승을 거두며 롯데에 전날 패배를 되갚았다. 개막전 패배가 단순한 1패가 아니었다면 이날 경기도 단순한 1승이 아니었다. 한 감독의 놀라운 승부수와 용병술이 분위기를 완전히 반전시켰다. 시즌 전체를 통틀어 놓고 봐도 이날 경기는 한화에 3가지 결정적인 터닝포인트가 있었다.
▲ 안승민 선발 기용
과연 해결사의 선택은 달랐다. 한 감독은 개막전 패배 충격에도 불구하고 2년차 어린 투수 안승민을 선발 기용했다. 물론 안승민이 롯데에게 강한 면모를 보인 투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부산 원정에 동행한 훌리오 데폴라를 엔트리에 넣어 기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 감독의 선택은 안승민이었다. "롯데전에 강했고, 맞더라도 피하지 않는 투수"라는 것이 한 감독의 선택 이유였다. 안승민은 5이닝 5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한화를 위기의 늪에서 구해냈다. 특히 득점권에서 9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롯데 타선을 잘 막았다. 한 감독은 "선발 안승민이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제 피칭을 해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 감독은 안승민을 믿었고 안승민은 기대에 보답했다. 안승민으로서는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 한 시즌을 보낼 동력을 얻었다는 점에서 큰 승리였다.

▲ 정원석-한상훈 수비 체인지
한화는 자칫 더 큰 위기에 빠질 수 있었다. 2회 수비에서 3루수 정원석이 홍성흔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잡아 악송구를 범했다. 이어 강민호의 파울플라이마저 놓쳐버렸다. 강민호가 안타로 출루하면서 상황은 더 크게 꼬였다. 다행히 안승민이 20살이 아닌 40살쯤은 되어 보이는 노련미로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고 14년 선배 정원석은 어린 안승민에게 다가가 미안함을 표했다. 그걸로 이날 경기 정원석의 역할은 끝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원석은 경기에서 빠지지 않았다. 3회부터 2루수 한상훈과 수비 위치만 바꿨다. 정원석이 익숙한 2루로 간 대신 전천후 내야수 한상훈이 3루를 맡았다. 파이팅 넘치는 한상훈은 그림 같은 수비를 수차례 선보였고, 정원석도 8회말 1사까지 그라운드를 지켰다. 베테랑의 기를 죽이지 않으면서 팀 승리까지 잡았다. 한 감독의 번뜩이는 재치와 뚝심이 빛나는 대목이었다.
▲ 유원상-오넬리 필승 계투조
이날 경기의 백미는 한화의 지키기였다. 안승민이 5회까지 자신의 책무를 다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6회부터 9회까지 롯데 화력을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관건이었다. 한 감독의 첫 번째 카드는 유원상이었다. 지난해까지 선발로 활약한 유원상은 올해부터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다. 유원상의 구위와 집중력은 선발보다는 불펜에 적합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유원상은 1⅓이닝 동안 볼넷 1개를 내줬을 뿐 안타없이 무실점으로 막았다. 짧은 이닝 동안 집중력을 갖고 신중한 피칭을 했다. 발상전환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8회 1사 1·2루 위기에서 마무리로 나온 오넬리 페레즈도 1⅔이닝 3탈삼진 무실점으로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지난해 역전패가 유독 많았던 한화는 외국인 선수로 마무리 카드를 썼다. 결과적으로 결정적인 경기에서 그 가치가 입증됐다. 여기에 기존의 필승조 박정진도 그 부담이 덜어졌다. 유원상-박정진-오넬리로 이어지는 필승계투조. 한 감독의 발상전환이 만들어낸 하나의 작품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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