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오넬리, 터프세이브로 존재가치 입증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4.04 07: 05

이제 지키는 야구가 된다. 계산이 되는 승부가 가능해진 것이다.
한화 외국인 투수 오넬리 페레즈(28)가 한국무대 데뷔 첫 등판에서 인상적인 세이브를 거뒀다. 오넬리는 지난 3일 사직 롯데전에서 4번째 투수로 나와 1⅔이닝을 2볼넷 3탈삼진 노히트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팀의 3-1 승리를 지켰다. 한화의 시즌 첫 승을 오넬리가 지켜낸 것이다. 개막전 패배를 딛고 일어서는 중요한 경기에서 오넬리가 뒷문을 걸어잠그는 결정적인 역할을 완수했다. 한화가 오넬리에게 기대하는 장면이 현실화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부담스런 상황이었다. 오넬리는 3-1로 근소한 리드를 잡고 있는 8회 1사 1·2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동점 주자까지 나간 상황에서 강민호를 맞았다. 오넬리는 볼카운트 2-2에서 바깥쪽으로 휘어지는 141km 투심 패스트볼로 강민호를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이어 전준우를 초구에 투수 앞 땅볼로 잡아내며 위기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낮은 공으로 땅볼을 유도한 게 효과를 봤다.

9회에는 조금 고비가 있었다. 박종윤을 3구 삼진, 문규현을 3루 땅볼로 처리하며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두었지만 김주찬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보낸 뒤 이인구와 10구까지 승부한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다시 동점 주자까지 나간 부담스런 상황. 하지만 오넬리는 포수 신경현의 기막힌 투수리드에 따라 바깥쪽 직구로 승부해 스탠딩 삼진 처리하며 경기를 끝냈다. 위기가 있었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안정감이 있었다.
총 투구수는 35개였고 7타자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5차례나 잡는 공격적인 피칭을 펼쳤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8km까지 나왔다. 아직 날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도 빠른 공을 던지며 상대 타자를 제압했다. 사이드암 팔 각도에서 나오는 빠르고 지저분한 볼 끝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선수생활 대부분을 구원투수로 활약한 선수답게 타이트한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제 공을 던졌다. 그 결과가 바로 터프세이브였다.
오넬리는 "첫 경기라 살짝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약간의 행운이 따랐다. 자신있게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져 기쁘다"고 첫 세이브 소감을 밝혔다. 갑작스럽게 제구가 흔들리는 어려움도 있었으나 마운드에서 초조해하는 모습이 전혀 없었다. 이어 그는 "이제 시즌 목표으 2%를 달성했을 뿐이다. 시즌 목표를 100% 달성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넬리의 올해 목표는 50세이브. 50세이브의 2%. 바로 1세이브를 의미한다.
지난해 한화는 외국인선수 한 자리를 두고 투수와 야수를 놓고 고민했다. 당초 외국인 내야수에 관심을 둔 한대화 감독은 고심 끝에 외국인 투수 그것도 마무리 보직을 맡을 선수를 찾기로 했다. 한 감독은 "개인적으로 외국인 마무리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그래도 팀 사정상 마무리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확실한 마무리가 있으면 선발이 부담을 덜 수 있고, 불펜 운용에 여유가 생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한 감독은 "오넬리는 잘할 것이다. 볼 자체도 좋고 여유가 있다. 오히려 세이브할 기회가 얼마나 많이 올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할 정도로 그에 대해 추호의 의심도 나타내지 않았다. 에이스 류현진도 "올해 오넬리가 마무리로 잘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넬리는 첫 경기부터 한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터프세이브로 따낸 한국 무대 첫 세이브가 바로 그 증표. 확실하게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해 보인 것이다. 모자를 일자로 비스듬히 쓴 오넬리의 모습을 마운드에서 자주 볼 수 있다면 한화의 2011년은 분명 희망적일 것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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