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릴리프'박현준, 선발로 '신데렐라' 되다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4.05 07: 02

박현준(25, LG 트윈스)이 단단히 일을 냈다.
박현준은 3일 잠실구장에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6피안타 3사사구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를 거뒀다.
사이드암에서 나오는 독특한 투구폼에 최고 148km의 직구, 예리하게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 그리고 낙차 큰 커브와 포크볼까지 구사하는 박현준은 파워에 기술까지 겸비한 두산 타선을 농락해 팀의 시즌 첫 승을 안기며 단숨에 '신데렐라'가 됐다.

그러나 박현준은 올 시즌 선발 투수가 아닌 불펜에서 긴 이닝을 소화하는 롱릴리프 카드였다. 지난해 7월 SK 와이번스에서 LG로 트레이드 된 박현준은 이적 후 구원과 선발로 출장해 가능성을 선보이며 2승3패 평균자책점 6.55를 기록했다. 더불어 LG는 지난해 중간 계투진에서 약점을 보이며 투수 운영에 애를 먹었다. 이 때문에 선발 투수급 롱릴리프가 필요했다.
LG 마운드 운영을 맡고 있는 최계훈 투수 코치도 "원래 박현준을 롱릴리프로 쓰려고 했다. 그런데 봉중근이 선발에서 빠지면서 박현준을 선발로 돌렸다"며 박현준의 활용이 바뀐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박현준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선발과 구원을 오갔고, 시범경기에서도 선발 대신 주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두산과 시범경기에 첫 선발 등판했다. 롱릴리프로 정규 시즌을 준비하던 박현준은 '에이스'봉중근이 시범경기 도중 왼쪽 팔꿈치 근육통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지면서 급히 선발진에 합류했다.
보통 구원투수에서 선발로 갑자기 전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투수의 경우 몸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오랜 이닝을 소화할 수 없다. 그러나 박현준은 스프링캠프 때 최계훈 LG 투수 코치의 지도아래 많은 공을 던졌다. 튼튼한 몸을 타고난 것도 복이다.
최 코치 역시 "박현준은 어깨가 강하다. 더불어 일본에서도 공을 많이 던졌기 때문에 선발로도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단지 조금 부담스러운 것은 제구력과 완급조절을 못하는 것이 단점이었는데, 두산전에서는 제구와 완급조절까지도 좋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LG로서는 '에이스'봉중근이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지면서 선발 투수진 붕괴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9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전하는 LG로서는 시즌 초 마운드가 무너질 경우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봉중근을 대신해 들어간 박현준이 에이스급 투구를 선보이며 여차하면 선발 투수로 확고한 자리매김까지도 노리고 있다.
봉중근의 복귀 시점은 아직까지 유동적이지만 이달 말 즈음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시점까지 박현준은 4∼5차례 선발로 더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박현준이 호투를 이어가면 어떻게 될까.
최계훈 코치는 "만약 박현준이 선발투수로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다른 선수들이 불펜으로 나갈 것이다"고 공언했다. LG 투수층이 높아졌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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