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개막 2연전 뚜껑이 열렸다. 아직 속단하기는 이른 시점이지만 개막 2연전만 놓고 본 결과, 아직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사실이 몇 가지 발견됐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달라지지 않고 재확인된 몇 가지 사실들은 데이터로 살펴본다.
▲ SK는 여전히 강했다
SK는 시범경기에서 4승8패로 최하위였다. 지난 4년간 우승권에서 놀았던 SK에게 순위표 맨 밑바닥은 시범경기라 할지라도 어색했다. 그런데 시즌 개막 총성이 울리자 과연 SK는 SK라는 사실을 새삼 증명했다. 넥센과 개막 2연전을 모두 승리로 가져가며 중간순위 1위에 올랐다. 투타의 조화가 이뤄졌다. 특히 불펜은 10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넥센과 2경기 연속 불펜 싸움을 벌여 완승을 거뒀다. 김성근 감독의 승리에 대한 집념도 여전했다. 2경기에서 희생번트를 무려 5개나 댔다. 정근우와 최정이 나란히 2개씩 기록했다. 3일 경기에서 8회말 최정의 희생번트는 결승점의 발판이 됐다. '퀵스타터' SK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4월의 질주를 준비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 부임 후 SK의 4월 통산 성적은 69승23패5무. 무승부를 제외한 승률이 무려 7할5푼이다.

▲ KIA 불펜은 불안했다
올해 KIA 마운드는 8개구단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6인 선발 로테이션을 꾸릴 정도로 마운드 자원이 풍족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불안한 불펜이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됐다. 지난해에도 KIA는 선발진이 아니라 블론세이브를 30개나 저지른 불펜진 때문에 수많은 경기를 놓쳐야 했다. 우려대로 올해도 KIA 불펜은 불안하다. 개막전에서 곽정철은 윤석민에게 승리 대신 패배를 안기는 블론세이브를 범하고 말았다. 이튿날에는 구원으로 투입된 양현종이 3연속 밀어내기 볼넷으로 주저앉았다. 구원투수들은 6⅔이닝 동안 7실점을 줬다. 평균자책점 9.45.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승계주자 실점률이다. KIA 불펜진은 이전 투수에게 주자 11명을 넘겨받아 9명을 홈으로 보냈다. 구원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무색하다.

▲ 이대호는 이대호였다
지난해 이대호는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이라는 위업을 이뤘다. 그런데 올해는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개막 2연전에서 연이틀 홈런포를 가동했다. 지난해 시즌 막판 입은 발목 부상으로 올해 이대호에 대한 걱정의 시선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를 비웃듯 이대호는 놀라운 기술로 홈런을 만들어냈다. 개막전에서 류현진의 몸쪽 바짝 붙은 139km 직구를 끌어당겨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솔로포로 연결시켰다. 이튿날에는 안승민의 바깥쪽 높은 141km 직구를 밀어쳐 넘겼다. 홈런을 만들기 쉽지 않은 코스들의 공도 마음껏 담장 밖으로 넘겼다. 이대호의 50홈런 도전은 이제 꿈 아닌 현실이다. 이대호 개인적으로도 데뷔 후 처음으로 개막 2경기 연속 홈런. 지난해까지 3~4월에 이대호가 터뜨린 홈런은 34개로 통산 홈런에서 차지한 비율로 따지면 17.2%밖에 안 된다. 올해는 시즌 초부터 제대로 달릴 조짐이다.
▲ 문규현은 좌완 에이스 킬러였다
롯데와 한화의 사직 개막전. 롯데 양승호 감독은 3-0으로 앞선 5회 1사 만루에서 정보명 대신 대타를 기용했다. 양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전천후 수비형 내야수 문규현. 분명 의외의 카드였다. 하지만 문규현은 한화 선발 류현진의 초구를 톡 갖다맞혀 1루수 옆을 관통하는 2타점 2루타로 연결시켰다. 류현진은 그 한 방에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문규현 카드가 그대로 적중한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문규현은 좌완 에이스 킬러다. 지난해 류현진에게 5타수 3안타 1볼넷, SK 김광현에게 6타수 3안타, 삼성 장원삼에게 3타수 2안타, KIA 양현종에게 5타수 2안타를 때려냈다. 도합 19타수 10안타 타율이 5할2푼6리. 통산 타율 2할2푼1리의 문규현이 대타로 나온 진짜 이유였다.
▲ 류현진과 윤석민은 개막전에 불운했다
한화 류현진과 KIA 윤석민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우 투수들이다. 그러나 이상하리만큼 개막전과는 인연이 없었다. 올해 개막전에서도 류현진과 윤석민은 웃음 대신 눈물을 지어야 했다. 류현진은 사직 롯데전에서 4⅓이닝 8피안타 5볼넷 5탈삼진 5실점으로 패했다. 류현진이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된 건 2009년 8월5일 대구 삼성전 이후 1년8개월 만이었다. 같은 시각 윤석민은 광주에서 삼성을 맞아 잘 던졌다. 7⅓이닝 8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3실점. 그런데 8회 1사 후 주자를 1·2루에 남겨두고 간 것이 불행의 씨앗이 됐다. 후속 곽정철이 만루홈런을 맞고 윤석민이 남긴 주자 2명을 모두 홈으로 보냈다.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내려갔는데 덜컥 패전의 멍에를 쓴 것이다. 나란히 4차례씩 등판한 개막전 성적은 류현진이 1승2패 평균자책점 6.64, 윤석민이 3패 평균자책점 5.59로 그들의 이름값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