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개막전, 한화-이범호 첫 만남 '관심집중'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4.05 07: 00

이제 적으로 만났다. 10년간 한솥밥을 먹었지만 이제는 서로를 향해 창끝을 겨누는 적이 됐다.
한화는 5일 대전구장에서 홈개막전을 갖는다. 개막전 상대는 KIA. 공교롭게도 지난 몇 년간 트레이드 등으로 인연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는 팀이다. 지난 겨울에도 그랬다. 이범호(30) 때문이었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에서 고전한 이범호는 지난 겨울 국내 복귀를 추진했다. 그런데 그가 입은 유니폼 색깔은 한화의 주황색이 아니라 KIA의 빨강색이었다. 이후 한화는 KIA와 보상선수를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이래저래 사연 많은 만남이다.
이범호는 지난 2000년 2차 1번 전체 8순위로 한화에 지명받았다. 당시 이범호가 몸담았던 대구고는 약체였고, 이범호는 덜 알려진 선수였다. 하지만 당시 스카우트였던 정영기 한화 2군 감독이 이범호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지명했다.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이 됐다. 한화는 젊은 선수들로 리빌딩하는 시기였고, 어린 이범호는 덜 다듬어졌지만 1군에서 많은 기회를 받았다. 실책 30개를 해도 구단에서는 이범호를 믿고 키웠다.

그렇게 1군에서 성장가도를 달린 이범호는 김태균과 함께 한화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2004년 데뷔 첫 3할 타율과 23홈런을 터뜨린 뒤 2005년에는 데뷔 후 가장 많은 26홈런을 작렬시키며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한 뒤로는 수비력도 몰라보게 향상돼 2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다. 2009시즌 종료 뒤 FA가 돼 일본으로 떠나기 전까지 이범호는 한화에 없어선 안 될 꽃같은 선수였다.
한화는 이범호를 아꼈고, 이범호는 한화를 사랑했다. 야구 외적으로 남다른 리더십과 정을 지닌 이범호에 대해 구단 안팎에서는 칭찬이 자자했다. 구단 관계자들은 "나중에 지도자로도 성공할 것"이라며 애정을 보였다. 이범호도 "한화가 좋다. 애정이 듬뿍 밴 팀"이라며 팀 자랑을 잊지 않았다. 비록 2009년 FA가 된 후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로 진출했지만 이범호는 계약 후에도 구단 행사에 빠지지 않으며 '한화맨'을 자처했다. 2010년 한화의 홈 개막전에도 이범호가 보내온 화환이 대전구장 한 켠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일본에서 이범호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자연스럽게 지난 겨울 그의 복귀를 향한 협상이 본격화됐다. 물론 한화에서였다. 이범호는 결혼을 앞두고 직접 구단 사무실을 들려 청첩장까지 돌렸다. 하지만 9차례 만남에도 불구하고, 한화와 이범호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 어떤 팀보다 이범호가 필요한 한화였으나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자 KIA가 이범호에게 뜨거운 러브콜을 보냈다. 그렇게 이범호-최희섭-김상현으로 이어지는 'LCK포'가 만들어졌다. 반면 한화는 확실한 기둥선수 없이 시즌을 맞이해야 했다.
한화는 개막 연전에서 1승1패로 선방했다. 그러나 2경기에서 안타는 11개밖에 나오지 않았다. 팀 타율이 1할7푼7리였고 결정적인 찬스를 살리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한 야구인은 "한화는 이범호를 데려왔어야 했다"며 혀를 끌끌 찼다. 개막전에서 삼성에 충격의 역전패를 당한 KIA는 이튿날 결승 솔로포 포함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펄펄 난 이범호의 활약으로 승리했다. 한화로서는 이범호의 존재가 뼈아플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전 홈개막전부터 적으로 만난다. 과연 대전 3연전에서 한화와 이범호 사이에 어떤 장면들이 연출될까.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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