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 엔트리에는 일종의 '보너스' 개념이 있다. 보통 개막 2연전으로 치러지는데 선발투수 3명을 다음 연전을 위해 엔트리에서 빼놓는 경우가 있다. 그 대신 야수들이 2~3명 정도 '보너스' 형식으로 엔트리에 드는 게 일반적이다. 한화 신인 포수 나성용(23)도 바로 그런 케이스였다.
시범경기에서 2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깜짝스타로 떠올랐던 나성용은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개막전에서 8회 대타로 나와 삼진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튿날에는 경기가 타이트하게 진행돼 출장기회도 없었다. 결국 지난 4일 나성용은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한화는 그 자리에 홈개막전에 선발 출격하는 훌리오 데폴라를 올릴 예정이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한대화 감독은 개막 엔트리에서 나성용을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한 감독은 "마지막까지 나성용이 고민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일단 보너스 형식으로 엔트리에 넣었지만 예정대로 개막 연전이 끝나자 그를 뺐다. 한 감독은 "아직 수비가 많이 부족하고, 타격은 변화구에 약점을 보이고 있다. 지금 당장 1군에 있는 것보다는 2군에서 경기를 많이 뛰어보며 경험을 쌓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용도 예상을 하고 있었다. 나성용은 "2군으로 내려가게 돼 아쉽기는 하지만 지금 페이스가 좋지 않다. 모든 게 좋지 않으니까 2군에 내려갈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했다. 크게 실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2군에서 실력을 더 쌓아 1군으로 올라가겠다"고 다짐했다. 나서용의 장래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다만 아직 덜 다듬어졌고 경험을 쌓아야 한다. 당분간 1군보다는 2군이 장래를 봤을 때 더 좋을 수 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시범경기와 개막 연전까지 나성용에게는 좋은 경험이 됐다. 그는 "확실히 아마 무대랑은 다르구나 싶었다. 포수로 많은 경기를 뛴 건 아니지만 프로 타자들을 상대하는 볼 배합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타석에서도 변화구의 각이나 제구에서 많이 차이를 느끼고 배웠다"고 밝했다. 이어 "시범경기 초반에 반짝한 뒤 약점이 많이 노출됐다. 보이지 않는 부담감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1군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벗어던지고 2군에서 여유를 가지겠다는 게 나성용의 생각이다. 그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부담이 있었는데 2군에서는 경기를 뛰다보면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며 "보완할 부분이 많다. 특히 수비에서 송구의 정확성을 키우고,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진단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지금의 나성용에게 딱 맞는 말이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