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선발 전환은 성공할 수 있을까.
올해 한화는 몇 가지 변화를 준 부분이 있다. 데뷔 후 오랜 시간을 구원투수로 활약한 7년차 우완 투수 양훈(26)을 선발로 돌린 것도 그 중 하나다. 지난 2005년 속초상고를 졸업한 뒤 2차 1번 전체 4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양훈은 통산 220경기 중 191경기를 구원으로 나왔다. 선발등판은 29경기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스프링캠프에서 부쩍 좋아진 구위와 제구력으로 선발 가능성을 점검받았다.
양훈은 시범경기에서 안정감있는 투구내용으로 선발 성공 가능성을 보였다. 시범경기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했다. 특히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달 24일 목동 넥센전에서 6이닝 7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했다. 류현진-훌리오 데폴라-안승민-송창식과 함께 선발진에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지난 2일 사직 롯데전에서 구원으로 1이닝을 던졌지만 어디까지나 컨디션 조절 차원. 7일 대전 KIA전 선발등판이 유력하다.

양훈은 "선발은 중간과 다르게 해야 한다. 중간은 위기 상황이 많기 때문에 힘으로 승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선발은 힘으로만 승부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길게 던질 수 있는데 집중하고 있다. 강약을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대화 감독도 "볼 자체는 괜찮지만 경기운영능력이 관건"이라고 말한 부분과 일맥상통한다. 한용덕 투수코치도 "선발로서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체력적으로는 괜찮다"고 평가했다. 선발 양훈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달라진 태도가 기대감을 높이게 한다. 한대화 감독은 "철이 들었다"는 표현을 썼다. 데뷔 후 2009년을 제외하면,유망주로만 머물렀다. 지난해 마무리로 기대를 받았으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고전했다. 시즌 후 한 감독은 "달라지지 않으면 예전처럼 기회를 많이 주지 않겠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스프링캠프에서 양훈은 스스로 많은 훈련을 자청할 정도로 의지를 보였다. 몸 상태도 좋았고, 공 하나하나에 혼을 담았다. 그 모습에 한 감독은 "공도 달라지고 마음도 달라졌다"고 했다.
이에 대해 양훈은 "일단 몸이 아프지 않아서 그런 듯하다. 좋게 봐주시지만 아직 보여준 것이 없다. 시범경기에서 잘 던졌지만 시즌에 들어가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스스로를 낮췄다. 그러면서 양훈은 "예전에 선발로 뛴 경험이 있다. 그때 경험이 도움이 된다"며 "투수는 제구가 중요하다. 제구에 신경을 쓸 것이다"고 말했다. 변화구로 슬라이더·커브밖에 던지지 않고 볼 스피드도 구원 때만큼 빠르지 않지만 선발로서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바탕이 바로 제구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터득한 모습이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전환한 유원상은 지난 3일 사직 롯데전에서 1⅓이닝 노히트 무실점으로 홀드를 거두며 인상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여기에 불펜에서 선발로 옮긴 양훈이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어떻게 될까. 한화로서는 발상 전환을 통해 일거양득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팀의 오랜 딜레마를 해결하게 되는 것이다. 유원상이 성공 가능성을 보인 가운데 이제 양훈이 가능성을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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