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만에 내 집에 돌아왔어요".
5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전화통화로 반가운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지난 2월 중순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취재 때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캠프 게이트를 지키고 있던 짐 리디(66) 할아버지였습니다.
당시 리디 할아버지는 "3박4일동안 운전을 해서 애리조나에 어제 도착했다"고 말해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굿이어 동네 할아버지라고 생각했는데 클리블랜드 구단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서 3박4일 동안 운전을 해서 중부에서 서부로 왔다는 사실을 상상하기 힘들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클리블랜드 팬이다. 아마도 어머니 뱃속부터일지도 모른다"며 자신을 소개한 리디는 3년전 아내와 사별하고 오하이오주 워렌에 살면서 싱글A 팀인 마호닝밸리 스크레퍼스에서 자원봉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그는 잘 나가는 철강회사 회계부서에서 35년을 근무했습니다. 그러나 정년퇴직 후 디자인 회사를 운영했고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부터는 자원 봉사만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는 마이너리그 루키 레벨의 쇼트 시즌이 시작되는 6월이면 두 명의 마이너리그 선수를 홈스테이를 통해 함께합니다. 6년 전 부인과 함께 홈스테이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할아버지 혼자 살면서도 홈스테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는 돈도 받지 않고 잠자리는 물론 먹을 것까지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줍니다. 리디는 "집은 크고, 혼자 사는데 좋지 않나요. 거의 손자들과 같이 사는 느낌이에요. 공짜 야구표도 받을 수 있고, 주차장도 무료다"고 농담을 하면서 "사실 마이너리그에 있는 선수들은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고 말했습니다.
리디는 "지금까지 10명의 선수들과 함께 했는데 아직까지 메이저리거는 없다"면서 "어린 선수들이 메이저리거가 되면 정말 기쁠 것 같다. 가끔은 이들이 듣건 안 듣건 집에서 조언도 한다"며 웃음을 지었습니다. 선수들이 잘 하면 함께 기뻐하고 어느 날에는 부진해서 힘겨워 하면 따뜻한 격려로 이들을 달래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리디는 지난 2월 생애 첫 스프링캠프 자원봉사를 시도했는데요. 그것도 3박 4일 동안 자신의 차를 운전해서, 기름값도, 숙식비도 전혀 지원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요. 3박 4일 동안 운전을 해서 애리조나로 간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리디는 "먼저 날씨가 좋다. 클리블랜드는 눈이 많이 내린다. 내가 클리블랜드를 떠나기 전날 6인치의 눈이 내렸다. 6주가 지나 클리블랜드로 왔지만 이곳은 여전히 눈이 내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재미있다. 애리조나에서 골프도 치고, 야구도 볼 수 있다.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아닌 추신수와 같은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볼 수 있다. 이것은 내게 큰 기쁨이다. 돌아오는 길에선 아름다운 산과 강을 보면서 행복했다. 특히 미시시피강이 기억에 남는다"며 기뻐했습니다.
더불어 리디는 자원봉사를 하는 동안 추신수를 비롯한 클리블랜드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6주 동안 정말 재미있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자들과도 친해졌다. 단장, 사장 등 매우 잘 해줬다"며 큰 만족감을 나타냈습니다.
클리블랜드 구단이 스프링캠프를 마친 시점은 지난 3월 30일입니다. 이날 경기 후 리디는 짐을 챙겨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9시간을 달려 텍사스에서 하룻밤을 잤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 또 다시 9시간 동안 운전을 해서 세인트루이스도 도착했습니다. 다음날에는 7시간을 운전해 오하이오주 데이튼에 도착한 리즈는 친구 집에서 이틀을 머물다 5일 오전에서야 자신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리디는 고속도로를 달리느라 개막전도 못 봤다고 합니다. 그는 "6주 동안 함께한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싶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 멀었다"며 흐뭇한 미소가 느껴지는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는 "야구는 내 인생이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아버지 아서 리디는 마이너리그 야구 선수였습니다. 독립리그격인 뉴욕 센트럴리그에서 포수로 뛰었다고 합니다. 리즈는 15살 때 오하이오 리틀 리그에서 야구를 했지만 크게 야구에 소질이 없었나 봐요.
리디는 클리블랜드 광팬이지만 대부분 마이너리그 경기를 봅니다. 클리블랜드 팬이지만 자신과 함께 사는 선수들이 마이너리그에 있고, 경기 시간도 비슷해 이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어린 선수들을 응원해준다고 합니다. 매년 싱글A와 더블A 50경기 정도를 관전합니다.
"긴 여행을 했지만 난 야구가 재미있다. 은퇴 후 야구는 새로운 삶이다. 한국에서도 자원봉사로 야구 선수들 또는 일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난 이만 자야겠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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