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내리는데 한화팬 분께서 '왜 갔슈'라고 말씀하시는데 마음이 찡했다".
KIA 내야수 이범호(30)가 '친정팀' 한화의 홈 대전구장을 방문했다. 지난 1월말 한화 대신 KIA 유니폼을 입으며 국내로 복귀한 이범호는 공교롭게도 한화의 대전 홈 개막전을 적으로 찾았다. 5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원정경기를 위해 대전구장을 찾은 이범호는 "막상 대전구장에 오니까 느낌이 이상하다. 반갑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범호는 "대전구장에 오니 기분은 좋다. 내가 10년간 뛴 곳이고 정이 많이 든 곳이다. 많은 분들을 만나 인사도 나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팬들의 반응이 조금 걱정된다. 하지만 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한화에서 보낸 10년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내게 의미가 있다. 마음 한구석에 크게 자리하고 있다.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구단버스를 타고 대전구장에 내릴 때부터 이범호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고. 버스에서 내리는데 한 한화팬이 "왜 갔슈?"라고 물어본 것이다. 이범호는 "그때 마음이 찡했다. 그런 말씀을 들으니 대전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며 "대전 팬들에게 잘하는 모습으로 보답하는 것이 최선이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많이 낯설지만 적응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프로의 자세를 보였다.
연습 전에도 이범호는 한화 덕아웃을 찾아 한대화 감독에게 인사를 드렸다. 이범호는 "감독님께 죄송하다고 하니까 '잘하라'고 말씀하셨다. 감독님이랑 대화도 많이 하고, 통화도 많이 했다"고 전했다. 한화 선수단과는 이미 지난주 시범경기에서 반갑게 해후했다. 그는 "오늘은 시간이 없어 보지 못했지만 시범경기 때 호텔을 찾아 선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1년 만에 많이 바뀌었더라. 내가 있을 때 선배들이 많이 안 계셔서 조금 허전한 감이 있더라"고 말했다.
이범호는 혹시 모를 대전 팬들의 야유에 대해 "나에 대한 사랑으로 생각하겠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날 이범호는 한화가 아닌 KIA의 3번타자 3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09년 9월25일 한화 소속으로 삼성을 상대로 뛴 이후 1년7개월여 만의 대전구장 출전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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