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이 시즌 초반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KIA 4년차 내야수 김선빈(22)에게 지난 겨울은 어떻게 보면 시련의 계절이었다. 지난해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공을 인정받아 연봉이 45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올랐지만 알게 모르게 마음고생이 많았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스타로 떠오른 광주일고 출신의 넥센 대형 유격수 강정호가 KIA로 이적할 것이라는 소문이 김선빈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김선빈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 세차고, 야무지게 방망이를 돌렸다.
프로야구 최단신(165cm) 김선빈이 시즌 초반 KIA 타선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김선빈은 지난 5일 대전 한화전에서 9번타자 유격수로 선발출장해 3타수 3안타 2볼넷 1타점 2득점 1도루로 맹활약했다. 5타석 모두 출루하며 한화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을 차례로 괴롭혔다. 2루 도루도 성공하고, 상대 폭투가 나오자 1루에서 3루까지 냅다 질주했다. 김선빈의 재치에 한화 배터리는 완전하게 당했다.

이제 겨우 3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각종 기록에서도 1위에 올라있다. 9타수 6안타로 타율이 6할6푼7리이고, 볼넷도 4개를 얻어 출루율이 무려 7할6푼9리에 달한다. 도루도 3개로 공동 1위. 무려 3개 부문에서 1위에 랭크돼 있다. 김선빈은 "이제 겨우 3경기밖에 안 했다"면서도 새어나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그는 "올해는 다른 것보다 출루에 많은 신경을 쓰려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안타 못지않게 4개의 볼넷이 두드러진다. 조범현 감독은 "(김)선빈이가 타격 타이밍을 잘 맞춰가고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KIA는 상대적으로 유격수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대형 유격수 강정호 영입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김선빈은 더 독하게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시즌 초반부터 그라운드에서 플레이로 직접 모든 걸 보였다. 시즌 초반이지만 공수주에서 놀라운 활약으로 팀을 지탱하고 있다. KIA 타선에 이범호·최희섭·김상현의 LCK포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김선빈이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5일 한화전도 히어로도 김선빈이었다. 순진한 얼굴에도 타석에서 끈질기게 승부하는 근성으로 괴롭히며 물고 늘어졌다.
김선빈에게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했다. 강정호의 영입설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런데 김선빈은 의연하게 말했다. 그는 "그런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맨 처음에는 신경 쓰였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계속 신경 써봤자 좋을 게 없었다. 강정호 선배를 신경 쓰지 않고 내 할 것만 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겨울 어린 나이에 마음고생을 했지만, 그게 오히려 김선빈의 독기를 부풀어 오르게 만들었다. 김선빈은 공포의 9번타자로 자리매김했고, KIA의 유격수가 구멍이 아니라는 것을 온몸으로 입증하고 있다.
김선빈은 "올해 목표로 전경기 출장을 생각하고 있다. 잘 되면 타율 3할에 30도루까지 노력해 보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처럼 '최단신' 김선빈의 야무진 방망이 솜씨와 베이스러닝이 올 한해 KIA에 어떠한 파급효과를 불러올지 자못 궁금해진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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