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들었던 친정팀을 적이 되어 찾은 느낌은 어떠할까.
KIA 내야수 이범호(30)에게 지난 5일은 특별한 날이었다. 10년간 몸담았던 한화의 홈 대전구장을 적으로 찾았다. 이범호는 "반갑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다"며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래도 강산이 한 번 변한다는 10년간 한솥밥을 먹었던 구단이다. 구장을 찾자마자 이범호는 한화 코칭스태프를 찾아 인사했다. 한대화 감독은 이범호에게 "잘해라"며 등을 두드렸고 이범호는 "죄송하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한 감독은 "너도 최선을 다한 걸 알고 있다"며 이범호를 격려했다.
같은 날 한화 투수 안영명은 오전에 대전구장에서 재활훈련을 했다. 지난해 6월8일 트레이드 맞상대였던 선배 장성호와 함께 훈련을 소화했다. 오후에 대전 홈개막전이 벌어지기 직전 안영명은 불쑥 3루측 원정 덕아웃을 찾았다. 사복 차림의 안영명은 조범현 감독을 찾아 인사했다. 조 감독은 "몸은 좀 나아졌나"고 안부를 물었고, 안영명은 "네"라고 웃으며 짧게 답했다. 조 감독은 "잘해라"며 안영명 어깨를 두드려줬다. 원정 라커룸에서 안영명은 KIA 선수들과 반갑게 해후하며 뒤늦게 석별의 정을 나눴다.

이범호와 안영명.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함께 주황색 유니폼을 입고 승리를 위해 뛰었던 그들이 이제는 묘한 사이가 됐다. 안영명은 지난해 장성호가 포함된 3대3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8년간 함께 한 한화를 떠나 KIA로 갔다. 한대화 감독은 "(안)영명이를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했다"고 두고 두고 아쉬워했다. 그런데 지난 겨울 이범호가 국내 복귀를 하며 KIA 유니폼을 입었다. 보상선수를 지명할 수 있게 된 한화는 장고 끝에 안영명을 택했다. 안영명은 8개월 만에 KIA에서 한화로 돌아왔다.
그런 안영명을 바라보는 이범호의 심정도 복잡 미묘하다. 그래도 2년 전까지 한솥밥을 먹은 후배에 대한 애정을 감출 수는 없었다. 이범호는 "(안)영명이도 잘했으면 좋겠다. 자기 스스로 휴가 다녀온 느낌이라고 했는데 몸 아프지 않고 잘 던졌으면 한다"고 덕담했다. 이범호 덕분에 KIA에서 8개월의 연수를 마치고 친정 한화로 돌아온 안영명은 오른쪽 어깨가 좋지 않아 5월 중 복귀를 목표로 재활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중이다. 이범호는 그런 안영명을 향해 "마음은 어디 한 곳을 향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호는 적으로 만나게 될 '괴물 에이스' 류현진에 대해서는 부담감을 나타냈다. 그는 "(류)현진이는 안 만나는 게 좋다. 이번에는 나오지 않는다고 하는데 앞으로도 안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류현진과 맞대결할 경우에 대해 "만나게 되면 볼넷을 얻어야 한다. 한 타석, 한 타석 아끼면서 유용하게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웃어보였다. 한솥밥을 먹던 친정 식구들과 적으로 만나야하는 어색함. 이범호뿐만 아니라 한화팬들에게도 어색한 일이다. 그래도 프로는 프로다. 이범호는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최선이지 않겠나"고 답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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