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승우가 탐내는 타이틀이 있다. 바로 ‘미친 존재감’이다.
비중 있는 역이 아님에도 대중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고, 큰 여운을 남긴다는 의미에서 이 타이들이 욕심난다는 그는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서 뮤지컬까지 분야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어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요즘 김승우에게선 대스타의 아우라가 아닌, 신인의 에너지가 철철 넘쳐흐른다. 20년 넘게 영화배우로 연기 인생을 살면서 외도라곤 단 한 번도 하지 않던 그가 지난해엔 예능 프로그램 MC로 ‘신인상’까지 수상했다.

“나이 마흔이 넘어 모험의 재미를 알게 됐다. 마흔 넘어 뮤지컬 무대 위에 처음 섰고, 마흔 넘어 처음 단역으로 영화, 드라마에 출연했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더 칭찬 받았고 결과물에 대한 성취감을 알게 됐다.”

14일 개봉하는 영화 ‘나는 아빠다’ 역시 그에겐 또 다른 모험이었다. 위험한 액션 연기는 차치하더라도 생에 첫 악역을 맡아 촬영 내내 온갖 악행을 저질러야 했기 때문.
“내가 맡은 한종식이란 인물은 악 그 자체다. 딸을 지키기 위해서 라고는 하지만 검은 돈에 손을 대는가 하면 사건 조작까지 서슴지 않는 나쁜 형사다. 절대 동정 받지 못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 상황이라면 세상 어느 아빠라도 그와 똑같이 했을 것이다.”
아무리 베테랑 연기자라도 그런 역은 소화해 내기가 쉽지 않았을 터. 그는 딸의 목숨을 놓고 사투를 벌이는 영화 속 주인공으로부터 쉽사리 벗어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모험하는 마음으로 이 배역을 선택했던 터라 처음엔 즐겁게 촬영할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그 기대는 촬영 초반부터 무너졌다. 아버지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상황들이 촬영 내내 벌어졌고, 그런 연기를 하는 것 자체가 괴로웠다.”
김승우는 “예전엔 카메라 안과 밖의 삶을 철저히 구별했는데 이번엔 그러지 못했다”면서 “나 역시 아버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승우에 대답 속엔 자신이 맡은 역에 대한 배우의 애정과 아버지로서의 부정이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물었다. “배우 김승우에게 성적을 매긴다면?”
“배우로서 ‘수’는 못주겠다. 수를 받으려면 흥행성적이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드라마에선 전승을 거뒀지만 영화는 삼진 아웃 당했던 작품도 있다. 대신 기특한 마음에 ‘우’는 주고 싶다. 20년 간 다른 일에 곁눈질 안하고 연기만 하지 않았나.”
나쁜 아빠의 뜨거운 부성애를 그린 액션 드라마 '나는 아빠다'는 오는 14일 개봉된다.
tripleJ@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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