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을 이기지 못하는데 어떻게 은퇴하나".
지난 광주 개막전을 앞두고 KIA의 황병일 수석코치가 외야수 이종범(41)의 훈련장면을 지켜보면서 평가한 말이다. 그는 "우리 외야진에서 이종범을 능가하는 선수가 없다. 자신을 이길 수 있는 선수가 나와야 은퇴할 것이 아닌가"고 평가했다.
수비력은 여전히 이종범이 최고라는 의미이다. 경쟁자들인 후배 신종길, 김다원 등이 이종범이 미치지 못한다. 타구판단이나 폭넓은 수비력과 경험까지 갖췄고 오른손이라는 장점도 있다. 순발력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팀내 우익수 가운데 으뜸 수비를 자랑하고 있다.

그럼 방망이는 못친다고? 그것도 아니다. 이종범은 2일 개막전에서 2번타자로 선발출전했다. 1-0에서 한 점을 달아나는 적시타를 날렸다. 2차전에서는 벤치에서 쉬었고 5일 한화와의 원정경기에서는 4회2사1,2루에서 대타로 등장해 3유간을 빠지는 귀중한 적시타를 날렸다. 타석에서 노련한 수싸움이 돋보였다.
이번 시즌을 맞아 이종범은 스윙을 짧게 바꾸었다. 방망이도 최대한 짧게 잡는다. 큰 스윙으로는 후배투수들의 빠른 볼과 변화구를 상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루도 될 수록 자제한다. 체력이 소진되기 때문이다. 나이 마흔을 넘기면서 마음을 비운 탓에 욕심도 없다. 대타든 대수비든 그라운드에 선다면 그것이 좋다.
올해 19년째를 맞고 있지만 잘하면 20년까지 채울 수도 있다. 대개 감독들은 신예들을 중용하다가도 큰 경기에서 강하고 경험을 많은 선수들을 찾는다. 조범현 감독이 여전히 이종범을 신뢰하는 이유이다. 확실한 경쟁자가 없는 이종범의 달콤한 현역인생은 계속될 듯 하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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