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에서도 결국 공략당하는 모습을 보이며 기대치가 완전히 사라졌다. 두산 베어스의 새 외국인 우완인 라몬 라미레즈(29)에 대한 이야기다.
시범경기 두 차례서 2패 평균자책점 23.63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인 뒤 지난 3월 23일 2군으로 내려간 라미레즈는 지난 1일 경찰청과의 연습경기서도 4이닝 10피안타 5실점으로 무너졌다. 당장 퇴출되어도 무방한 상황이다.

김경문 감독 또한 라미레즈에 대해 "5실점이 문제가 아니라 한 이닝 당 두 개의 안타를 내준 게 더 큰 문제다"라며 더 이상의 기대치가 사라졌음을 밝혔다. 제구는 둘째치고 구위 자체가 함량미달이라는 점이 감독의 기대감을 빼앗아버렸다.
지난해 초반 퇴출이 확실시 되었으나 중반부터 좋은 활약을 보였던 좌완 레스 왈론드의 전례가 있기는 하지만 그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왈론드는 적어도 2군에서는 경기 당 6이닝 1실점은 보장된 투수였으며 라미레즈와는 다른 좌완이다. 5월 1군 복귀 시 왈론드는 좌완 릴리프로서 좋은 경기력을 펼친 뒤 감독의 신뢰를 되찾았다.
그러나 라미레즈는 우완인데다 국내 투수들에게도 우위를 갖춘 점이 없을 정도로 안 좋은 모습을 보였다. 3월 22일 시범경기 넥센전서 라미레즈가 1⅓이닝 9실점으로 무너지던 날 결승 스리런을 때려냈던 유한준 또한 "체인지업의 움직임이 좋을 뿐 제구나 구위는 그리 좋지 않았던 것 같다"라며 위압감이 없음을 이야기했다. 두산은 그로 인해 새 외국인 투수 물색에 착수했다.
문제는 시기다. 메이저리그가 이미 개막한 현재 40인 엔트리서 컷오프된 선수들은 마이너리그서 다시 큰 꿈을 갖고 차후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 작성했던 외국인 투수 후보와 로스터 제외 선수들을 살펴본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잘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또한 실력을 갖춘 선수라면 현 시점서 한국 무대가 아닌 메이저리그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변수는 있다. 지난 시즌 두산 유니폼을 입고 14승을 거둔 뒤 라쿠텐과 계약을 맺은 우완 켈빈 히메네스에 대해 호시노 센이치 감독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 게다가 히메네스는 시범경기 기간 동안 팔꿈치 재활을 하던 도중 도호쿠(東北) 대지진을 겪으며 정신적 공황상태까지 이르러 고국 도미니카에서 훈련 중이다.
라쿠텐이 히메네스와 맺은 2년 계약을 해지하고 자유계약 방출한다면 국내 보유권을 지닌 두산이 데려오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라쿠텐이 공들여 데려온 히메네스를 쉽게 자유계약으로 풀어줄 것인지 여부다. 라쿠텐은 히메네스를 데려오기 위해 지난 시즌 중반부터 스카우트를 파견하는 등 무던한 노력을 보였던 팀이다. 지난해 9월 팔꿈치 통증 전력이 있던 히메네스의 몸 상태도 미지수.
시즌 전 언급을 꺼려했으나 김 감독이 우승에 목말라있다는 사실은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2008년부터 2옵션 외국인 선수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대권을 거머쥐는 데 실패했던 두산이 제대로 된 새 외국인 투수를 영입할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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