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카피라이터 글쓰기 노하우
비유·기교 등 66가지 전략 소개
1초에 가슴을 울려라

최병광|280쪽|헤리티지
[이브닝신문/OSEN=오현주 기자]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이 말에 ‘난 아니다’라고 자신있게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이 짧은 문장에는 읽는 이의 감각을 자극할 수 있는 절반의 성공이 들어 있다. ‘공감의 법칙’이다. 바보든 바보가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살면서 한 번쯤 자신의 말처럼 공감할 수 있는 ‘바보’라는 한 단어로 백 명에게 백 가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광주여! 광주여!” 이 외침에 지금도 마음이 흔들리는 사람들이 있다. 1980년 5월 그 무렵 대학가 휘날리는 현수막에 휘갈겨진 이 여섯 글자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광주 민중항쟁은 단 두 단어에 모두 요약됐다. 만약 구구절절 수식을 달아 설명하는 글이었다면 그처럼 순식간에 여러 사람의 가슴을 치지 못했을 것이다. 굳이 알고 있는 사실을 길게 늘여 쓰면 오히려 힘을 떨어뜨린다. 머리보다 가슴에 먼저 와 닿게 하는 글쓰기는 기술이다.
30년 간 카피 쓰는 일을 해온 저자가 ‘한 줄 글쓰기 전략’을 소개했다. ‘똑딱’ 사라지는 시간에 어떻게 설득적인 글, 특히 제목이나 헤드라인을 쓸 수 있는가를 말한다. 촌각에 불특정 다수의 시선을 사로잡고 매료시킬 수 있는 글쓰기 방법을 설명하며 감각을 자극하고, 마음을 움직이고, 비유와 기교를 아끼지 말라는 등의 주제아래 66가지 방법을 정리했다.
설득적인 한 줄 문장 ‘카피’로 승부해야 하는 세계를 엿볼 수 있다. 광고든, 영화나 드라마 대사든, 노래가사든 상대방을 설득시키기 위한 모든 글쓰기를 ‘카피’로 삼았다. ‘힘내라, 노란색!’은 컬러라는 기호를 이용해 상징을 부각시킨 대표적 예다. 마케팅뿐만 아니라 글에서도 기호를 이용하면 더 쉬워진다.
광고 단문은 글로써 시도하는 소비시장의 전형적인 전략이다. ‘공장이 망했습니다’는 가장 직접적인 마케팅을 시도한 예로서 제시됐다. 넥타이공장이 망해서 싸게 판다는 어느 골목길 좌판의 간판이자 홍보문구를 따왔다. 포장하는 것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함으로써 정면도전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법이다. 변명이 아닌 심플함을 시도하는 것이 바쁜 세상에 던지는 강력한 무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처럼 모든 사람의 대표성을 띤 인물만을 띄워 이야기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저절로 따라오는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아침형 인간’처럼 구체적인 영역을 설정해 새로운 이름을 붙인다면 히트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많아진다고 일러준다.
그럴듯한 제목의 인터넷 뉴스기사를 클릭했는데 제목에 한참 못 미치는 기사가 들어있다면, ‘낚인’ 사람과 ‘낚은’ 사람 사이의 감정선은 극명하게 갈린다. 제목을 만들어낸 카피라이터나 에디터로서는 쾌재를 부를 일이다. 비단 인터넷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의 얼굴을 마주할 일이 점점 줄어드는 세상에 언젠가 모든 사람들은 자신을 한 줄로 표현해야 할 때를 맞을지도 모를 일이다. 진실과 기량, 어느 것도 놓칠 수 없는 최소 단위 문장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란 의미가 읽힌다.
euanoh@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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