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수-김선빈, '유격수 구도' 변화 불러오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4.07 07: 01

아직 시즌 초반이다. 그런데 프로야구 유격수 구도 일대 변화가 올 조짐이다.
지난 몇 년간 프로야구 최고 유격수는 손시헌(두산)과 강정호(넥센)의 각축전이었다. 2009년 손시헌, 2010년 강정호가 차례로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그런데 올해 최고 유격수 경쟁 구도에는 변화가 올 듯하다. 손시헌과 강정호의 양강 체제에 한화 이대수(30)와 KIA 김선빈(21)이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이대수와 김선빈의 활약이 예사롭지 않다. 이대수와 김선빈에게 남다른 시선이 향하고 있다.
▲ 불꽃 남자 이대수

이대수는 지난 겨울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했다.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한겨울을 뜨겁게 보냈다. 음식도 짜여진 식단에 따라 섭취했다. 뭔가 부실해 보였던 이대수의 체격은 몰라보게 탄탄해졌다. 하와이 스프링캠프에서는 숙소에서 식당까지 자전거를 타고 모래주머니를 발에 차고 다니며 몸을 만들었다. 불꽃처럼 자신을 혹독하게 다루며 5kg을 찌웠다. 그 중 근육이 3kg로 말 그대로 몸짱이 됐다. 이대수는 변신의 이유에 대해 "수비형 유격수 시대는 지났다. 이제 공격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대 흐름을 먼저 읽고 움직인 것이다. 구단 관계자는 그에 대해 "현명한 선수"라고 했다.
시즌 초반이지만 이대수는 확실히 힘이 붙었다. 4경기에서 15타수 3안타로 타율은 2할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안타 3개중 2개가 홈런. 지난 3일 사직 롯데전 솔로포와 6일 대전 KIA전 끝내기 솔로포로 모두 결승 홈런이었다. 터프하게 변신한 그는 홈런 세레머니도 불꽃처럼 뜨거워졌다. 장종훈 타격코치는 "원래 컨택 능력은 있는 선수였다. 그런데 힘이 없어 밀려치는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대수 스스로 "타구에 힘이 붙었다는 게 느껴진다"고 놀라워하고 있다. 유격수로서 내야 수비도 여전히 안정감이 넘친다. 이대수는 "수비는 반복훈련과 집중이 중요하다. 몸을 불렸지만 문제없다"고 자신했다. 바야흐로 거포형 유격수의 탄생이 머지 않아 보인다.
▲ 작은 거인 김선빈
김선빈에게 지난 겨울은 어떻게 보면 시련의 계절이었다. '보물창고' 넥센은 나머지 7개 구단들의 트레이드 창구였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최고스타로 떠오른 강정호는 광주일고 출신으로 숱한 KIA 이적설이 나돌았다. 'KIA의 약점은 유격수'라는 지적이 계속 이어졌고 김선빈은 알게 모르게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하지만 김선빈은 키는 작아도 마음이 큰 선수였다. 한국프로야구 최단신(165cm)으로 키는 가장 작지만 독기는 누구보다 컸다. KIA의 강정호 영입설이 나올 때마다 김선빈은 스윙을 더 세차게 돌렸고, 펑고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그라운드에서 몸을 나뒹굴며 귀를 닫고 독기를 키웠다.
혹독하게 보낸 겨울은 김선빈을 강하게 만들었다. 시즌 초반 김선빈은 최고의 태풍으로 떠올랐다. 그냥 스쳐갈 태풍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김선빈은 4경기에서 15타수 9안타 타율 6할 1홈런 7타점 4도루 4득점으로 맹활약 중이다. 출루율도 6할8푼4리. 타율·최다안타·타점·득점·도루·출루율 등 무려 6개 부문 1위다. 그보다 타석에서 끈질기게 커트하며 물고늘어지는 근성이 더 돋보인다. 김선빈은 "올해는 출루하는데 최대한 신경 쓰겠다"고 했다. 상대를 괴롭히는 게 김선빈의 최대 목표. 그는 "강정호 선배는 신경쓰지 않고 내 할 것만 하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KIA 타선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는 이범호도, 최희섭도, 김상현도 아닌 김선빈이다. 젊은 유격수의 선두주자도 김상수(삼성) 오지환(LG)이 아니라 김선빈이 될지도 모른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