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대역전극. 감동의 드라마 한켠에는 또 다른 드라마가 있었다.
한화는 지난 6일 대전 KIA전에서 9회말 강동우의 짜릿한 동점 투런홈런에 이어, 연장 10회말 극적인 이대수의 끝내기 솔로 홈런에 힘입어 10-9 대역전승을 일궈냈다.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그라운드는 그순간 감동의 도가니로 변했다. 선수단이 모두 얼싸 안으며 흥겨움에 빠져있을 때 누군가의 코끝이 찡해졌다. 10회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탈삼진 1개 포함 삼자범퇴로 막은 8년차 사이드암 정재원(27)이었다.
이날 대역전극의 승리투수는 정재원이었다. 9-9로 팽팽히 맞선 연장 10회초 한대화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정재원이었다. 기대대로 정재원은 최고 147km 강속구를 뿌리며 KIA 타자들을 제압했다. 타격감이 물오른 김선빈도 정재원의 강속구 앞에서는 가만히 서서 멀뚱 바라볼 뿐이었다. 빗속을 뚫고 포수 미트로 빨려 들어가는 정재원의 뱀직구는 감히 건드릴 수 없었다. 그리고 연장 10회말 선두타자 이대수는 거짓말처럼 끝내기 홈런을 쳤다.

승리투수 정재원. 1이닝 동안 3타자를 상대하며 던진 14개의 공으로 따낸 행운의 구원승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행운이 아니었다. 지난 2004년 데뷔 후 45경기에서 65⅔이닝 동안 1259개의 공을 던져 따낸 값진 첫 승이었다. 경기 후 만난 정재원은 "첫 승까지 참 오래 걸렸다. 타자들이 잘 쳐줘서 운좋게 승리를 거뒀다. 얼떨떨한 것도 있고, 늦은 감도 있지만 첫 승을 계기 삼아 앞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믿어준 코칭스태프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감독님께 감사하다. 그 상황에서 저를 믿고 내보내주셨기 때문에 승리라는 것을 거둘 수 있었다. 감독님과 투수코치님들께 항상 감사하다"는 것이 정재원의 말. 코칭스태프를 제외하고 특별히 고마운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정재원의 눈시울이 조금 붉어졌다. 그는 "부모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정재원의 삼형제는 모두 야구를 했다. 프로까지 온 선수는 막내 정재원이 유일하다. 지금도 식당 일을 하며 뒷바라지 한다. 그가 야구를 잘해야 하는 이유다.
정재원은 "앞으로도 직구를 자신있게 던지며 승부하겠다"며 "중간에서 최소 실점으로 홀드를 많이 거두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3경기에서 정재원은 4⅓이닝 무실점 행진을 벌이고 있다. 내용이 더 좋다. 피안타는 단 1개도 맞지 않았고 볼넷만 2개를 내줬다. 탈삼진은 3개이며 이전 투수들에게 넘겨받은 승계주자를 하나도 홈으로 보내지 않았다. 볼끝이 꿈틀대는 직구처럼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그의 의지도 꿈틀대고 있다. 데뷔 8년 만에 감격의 첫 승을 거두며 봄날 맞을 채비를 끝낸 정재원. 그의 야구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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