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 그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 친정팀과의 경기를 준비했고 무사사구 호투로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좌완 선발 이현승(28. 두산 베어스)이 본연의 호투를 유감없이 보여주며 팀 승리에 일조했다.
이현승은 지난 6일 목동 넥센전에 선발로 등판, 5⅓이닝 동안 65개의 공을 던지며 사사구 없이 5피안타(탈삼진 2개) 1실점하며 팀을 2연패서 구해내는 동시에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이현승의 선발승은 지난해 5월 13일 잠실 삼성전 이후 328일만이며 두산 이적 후 친정 안방인 목동서는 첫 선발승이다.

지난 시즌 목동에서 선발 등판 자체가 없었던 이현승. 그러나 선수 입장에서는 친정팀 홈에서 첫 선발승을 노린다는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아직도 이현승은 목동에 원정오거나 넥센이 잠실로 원정을 올 경우 꼬박꼬박 인사하는 잔정 많은 선수다. 그 때문에 이현승은 경기 전 굳은 얼굴로 경기 개시를 기다렸다.
곁에 있던 선배 이혜천이 "야, 말도 좀 하고 그래"라며 이현승의 긴장도를 낮춰주려 했으나 그는 "일단 경기 끝내고 편하게 하려구요"라는 말로 커다란 긴장감을 토로했다. 지난 시즌 '팀 내 22년 만의 국내 좌완 10승'의 기대치를 받았으나 3승에 그쳤던 아쉬움도 있었기 때문인지 더욱 굳은 얼굴로 경기를 준비했다.
경기 후 이현승은 "정말 많이 긴장했어요"라며 그제서야 환한 웃음을 보였다. 뒤이어 그는 팀의 연패를 끊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으나 선수 본인에게도 큰 의미가 있었음을 밝혔다.
"팀을 연패에서 구해낸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제게 더욱 컸던 것은 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었어요. (용)덕한이 형이 상대가 노리는 것을 역으로 찔러 정말 좋은 리드를 펼쳐준 덕택에 이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외국인 우완 라몬 라미레즈의 부진으로 시범경기서부터 선발진에 합류한 이현승이 미야자키 전지훈련서 한 턴 당 던진 불펜 투구 갯수는 50~80구. 선발 보직을 소화해야 할 투수의 전지훈련 불펜 한계 투구수 치고는 적은 편이다. 그만큼 코칭스태프 또한 이현승의 6일 투구수를 65개 정도로 제한했다.
"투구수 조절이요? 그렇게 생각은 안 해요. 제가 그 정도 위치가 되나요.(웃음) 아직 선발로서 어깨가 완벽하지 않다는 팀 내 판단 하에 일찍 내려갔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한 일이지요".
지난해 잇단 부상을 겪으면서 이현승은 좌절 속에서 부담감도 덜어냈고 계투로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군입대도 미루고 팀 우승에 힘을 모은 그는 다시 한 번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노린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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