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승이 목표라. 글쎄. 지금 구위로는 그게 안 될텐데".
한 선수는 그의 불펜 투구를 지켜보며 인터뷰를 상기한 뒤 염려를 나타냈고 결국 이야기는 퇴출이라는 비극으로 쓰여졌다. 두산 베어스가 베네수엘라 출신 우완 라몬 라미레즈(29)의 퇴출을 확정지었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7일 "선수에게 직접 방출을 통보했다. 새 외국인 선수가 오게 되면 그에 맞춰 라미레즈의 선수단 등록을 말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라미레즈는 시범경기 2차례서 2패 평균자책점 23.63으로 무너지며 김경문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2011시즌 8개 구단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먼저 퇴출되는 오명을 안은 채.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출장 경력, 2008년 신시내티 시절 좋은 투구 내용으로 기대를 모았던 라미레즈였으나 그는 두산이 원하는 2선발이 되지 못했다. 단순한 성적 만이 아닌 팀 적응력 면에서도 약점을 비추며 짙은 아쉬움을 남긴 것.
김 감독은 라미레즈가 합류한 뒤 "중남미 선수다운 활발한 모습을 기대한다"라고 이야기했다. 2009년 '육성형 선수'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기도 했으나 기량 성장세를 보인 데다 적응력이 빨랐던 좌완 후안 세데뇨 같은 성격을 기대했으나 라미레즈는 오히려 주눅 든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영어 실력이 떨어져 투수진 맏형인 김선우와의 의사 소통도 그리 원활하지 못했다. 라미레즈가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선수는 라미레즈의 모국어인 스페인어 구사가 가능한 더스틴 니퍼트에 불과했다.
김선우는 10여 년 간의 미국 생활을 갖춰 선수단 내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의 가교가 되었으나 라미레즈에게는 언어 장벽으로 인해 확실한 가교가 되기 힘들었다. "성격은 괜찮았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니퍼트에 비해서는 서먹서먹한 편이었다. 말이 잘 안 통했으니까"라는 것이 김선우의 아쉬움이었다.
팀 합류가 늦어 제대로 된 구위를 선보이지 못했다는 점도 아쉬웠다. 2월 초순 영입이 공식화된 뒤 중순에야 선수단에 합류했던 라미레즈는 전지훈련서도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아 약식의 라이브 피칭 정도만을 소화했다. 그리고 페이스 상승 또한 늦은 편이었다.
팀 내 한 투수는 라미레즈의 실전 등판 이전 불펜 투구를 지켜보면서도 "제구는 하는 것 같은데 구위가 올라오지 않은 것 같다. 올 시즌 15승을 목표로 했다고 들었는데 우리나라 야구가 저 정도 구위에 15승을 헌납할 정도로 쉽지 않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리고 라미레즈는 얼마 지나지 않아 퇴출 통보를 받았다.
경기 내용 면에서도 선수단 적응 면에서도 합격점을 얻지 못한 라미레즈. 그는 결국 베네수엘라 WBC 대표라는 경력 뒤로 퇴출이라는 쓰디쓴 고배를 들이켜고 말았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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