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철 코치와 안승민의 '이심전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4.08 09: 46

흡사 그의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하다. 다리를 안쪽으로 넣는 투구폼이나 어떤 상황에서든 흔들리지 않는 대범함. 바로 한화 정민철(39) 투수코치와 2년차 어린 투수 안승민(20) 이야기다.
안승민은 한화의 현재이자 미래다. 지난해 3라운드 전체 20순위로 한화에 지명받았다. 공주고 시절 에이스로 활약하며 청소년 대표로도 활약했다. 데뷔 첫 해였던 지난해 25경기에서 4승4패 평균자책점 5.43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년차가 된 올해 당당히 선발진에 가세했다. 지난 3일 사직 롯데전에서 5이닝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하며 개막전에서 충격패를 당한 팀에 첫 승을 선사한 구세주도 바로 안승민이었다.
안승민이 화제인 건 그의 투구폼 영향도 있다. 키킹 후 왼쪽 다리를 안으로 집어넣는 투구폼이 정민철 투수코치의 현역 시절을 연상시킨다. 여기에 반듯한 제구력과 두둑한 배짱도 닮았다. 불같은 강속구에 꽃미남 스타일이었던 정 코치와 달리 안승민은 볼 스피드가 빠르지 않고 다소 조숙한 외모를 지녔지만 전반적으로 마운드에서 풍기는 느낌은 '정민철 아바타'와 다를 바 없다.

사실 다 이유가 있었다. 안승민은 "어릴 때 존경했던 투수가 정민철 코치님과 박찬호 선배님이었다. 어릴 때부터 많이 봐오며 존경했다"고 고백했다. 정민철 코치와 투구폼이 비슷한 것에 대해서는 "따라하는 건 아니다. 야구를 시작한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 투구폼이었다"며 "왼쪽 다리가 안쪽으로 들어가는 동작 때문에 그렇게 보시는데 내게는 정말 영광이다. 코치님께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승민에게 정민철 코치는 존경의 대상이자 인생의 길잡이와 같다. 어릴 때부터 연고팀 한화를 보고 자라며 응원해온 안승민은 "정민철 코치님을 존경했고 꼭 한화에 오고 싶었다"고 했다. 입단 후 만난 정 코치는 그를 보듬어줬다. 안승민은 "프로에 온 뒤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분이 정민철 코치님"이라며 "집중적으로 훈련도 지도해 주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신다. 해이해지거나 집중력이 떨어질 때면 혼도 많이 내신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안승민을 바라보는 정 코치도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한다. 정 코치는 "(안)승민이는 마인드가 좋은 선수"라며 "내가 가르치는 건 없다. 투구폼도 가르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코치는 "프로에 들어올 정도면 기술적으로는 어느 정도 수준이 된다는 뜻이다. 프로는 유지와 관리가 어떻게 보면 더 중요하다. 내 역할이 그렇다. 승민이 나이에는 이런저런 유혹이 많으니까 그걸 바로 잡아주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코치를 떠나 인생선배로서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이다.
그래서 정 코치는 시어머니처럼 잔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선수는 밤에 먹는 야식도 아무거나 먹어서는 안 된다. 치킨처럼 튀긴 음식은 몸에 좋지 않다. 승민이도 그렇고 모든 선수들이 몸 관리를 잘해서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는 게 정 코치의 바람이다. 그러면서 정 코치는 "승민이 같은 스타일이 지금은 나이가 들어보일지 몰라도 서른 다섯 이후에는 계속 그 얼굴로 간다. 동안이 되는 것"이라며 껄껄 웃었다. 안승민은 외모에 대해 "팬들의 관심이라 생각한다. 상처받는 건 없고, 오히려 고맙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마음과 마음으로 서로 통한다는 뜻의 이심전심. 정민철 코치와 안승민이 딱 그렇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