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진정한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
지난 2월초 어느날 하와이 호놀룰루. 백네트 뒤쪽에서 자체 평가전을 답답하게 지켜보던 한화 한대화 감독이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군에서 제대한 내야수 한상훈(31)이 내야 땅볼로 물러난 순간. 한 감독은 "한상훈 같은 선수가 잘해주면 참 좋을텐데…"라며 근심 어린 표정으로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한상훈의 노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한 감독이었기에 좀처럼 감을 찾지 못하는 그가 아쉬웠다.
그러면서 한 감독은 한상훈에 대해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진정한 노력 때문이었다. 한 감독은 "한상훈이 열심히 하기는 정말 열심히 한다. 결혼을 하고 애도 생겨서 그런지 책임감이 많이 생겼다"며 "저렇게 열심히 하는 선수가 잘 되어야 감독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정원석도 "(한)상훈이가 정말 열심히 한다. 상훈이가 무서워 2루에서 3루로 도망갔다"고 말할 정도로 누구나 인정한 노력이었다.

한상훈의 노력은 배반하지 않았다. 한동안 경기감각을 찾지 못해 어려움이 있었지만, 한대화 감독은 그를 계속 경기에 내보내 감각을 찾도록 배려했다. 한상훈도 한 감독의 배려에 조금씩 보답하기 시작했다. 시범경기에서 한상훈은 16타수 6안타로 타율 3할7푼5리를 기록했다. 개막전 주전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홈 개막전부터는 타순이 2번으로 격상됐다. 한 감독은 "한상훈이 시범경기 때부터 방망이가 맞아나가기 시작했다"고 기대했다.
한상훈은 지난 6일 대전 KIA전에서 대폭발했다. 2루타를 하나 포함해 3안타를 몰아친 것이다. 아직 시즌 극초반이지만 최근 3경기 연속 안타 포함 12타수 5안타로 타율이 무려 4할1푼7리나 된다. 타격 전체 9위이자 한화 팀내에서 가장 높은 타율이다. 수비형 내야수가 많아 고민이었던 한대화 감독도 "한상훈이 올라와주니까 얼마나 좋아"라며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상훈은 수비에서도 팔과 어깨가 좋지 않아 송구에 부담이 있는 정원석을 대신해 3루로 이동하며 특유의 수비력까지 과시하고 있다.
한상훈의 가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화 윤종화 단장은 "(한)상훈이의 파이팅이 대단하다. 야구는 분위기 싸움인데 상훈이처럼 팀에 오래 있던 선수가 앞장서서 파이팅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 그렇게 팀웍이 끈끈해지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의 파이팅은 어리고 경험 많지 않은 선수들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항상 유니폼이 흙먼지로 더럽혀져 있는 한상훈은 "내가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군제대 후 확실히 달라진 모습.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롯데 조성환은 3년의 공백을 딛고 복귀한 2008년 최고의 활약을 했다. 그에 비하면 한상훈은 2년이다. 입대 전 한상훈은 "조성환 선배처럼 요즘에는 공익을 다녀온 뒤에도 잘하는 선수가 많다"고 말했다. 돌아온 한상훈은 "2년 공백을 잘 모르겠다"며 사람 좋은 미소를 보였다. 요즘 한화팬들도 한상훈을 보면서 미소를 짓는다. 2년간 한상훈을 기다린 보람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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