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한화 이대수의 끝내기 홈런은 올해 첫 연장경기를 화려하게 장식한 대미였다. 이대수의 홈런을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이 있었다. 내야수 이여상(27)이었다. 덕아웃 한켠에서 숨죽이며 경기를 지켜보던 그는 이대수가 끝내기 홈런을 치고 홈으로 들어온 뒤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한 번 끌어안고서는 놓을 줄 몰랐다. 이여상은 이대수에게 "정말 고마워"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대수의 끝내기는 이여상도 구제했다.
이날 이여상은 9회말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놓쳤다. 9-9 동점이 된 9회말 1사 만루. KIA 투수 유동훈의 초구가 몸쪽으로 향했다. 131km짜리 느린 공이었는데 몸쪽 깊숙하게 들어왔다. 그러나 이여상은 본능적으로 공을 피했다. 공을 피한 직후 이여상은 아쉬움의 탄성을 내질렀다. 이어 방망이로 자신의 헬멧을 때렸다. 공을 맞지 않은 것에 대한 자책. 이어 이여상은 유격수 앞 병살타로 물러나 경기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충격은 두 배가 됐다.
8일 LG와의 홈경기를 앞둔 이여상은 그때 그 순간을 떠올리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여상은 "너무 아까웠다. 그냥 맞으면 끝나는 것이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만루였기 때문에 미리 몸에 맞는 것도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섰어야 했다. 그런데 볼 배합에만 신경쓰는 바람에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그래서 누구보다 이대수의 홈런이 반가웠다. "다 따라간 경기를 지면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는다. 나 때문에 그렇게 될 수 있었는데 (이)대수형이 나를 살렸다. 대수형에게 고맙다는 말만 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한건 이여상이었다. 5회 대타로 나와 깨끗한 좌전 안타를 터뜨린 이여상은 6-9로 뒤진 8회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곽정철을 상대로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3루타를 터뜨렸다. 후속 이대수의 1루 땅볼 때 홈을 밟아 2점차로 따라붙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9회 병살타가 된 것도 너무 잘 맞아서 유격수 정면으로 향한 것이었다. 이여상은 "안타 2개도 의미없다. 잘 맞은 타구라고 해도 결과가 중요한 것이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난해 허리 수술 후 5개월간 재활을 거쳐 돌아온 이여상은 현재 타격감이 좋은 편이다. 아직 3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벌써 5타수 3안타를 터뜨리고 있다. 특히 안타 2개는 대타로 나와 친 것으로 그의 결정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여상은 "타격감이 좋기는 하다. 그러나 아직 시즌 초반이고, 많은 타석에 들어선 것도 아니다"며 "기회가 올 때마다 내 몫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대화 감독도 이여상에 대해 "비록 공을 피했지만 스스로 자책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그러면 괜찮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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