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도 사람이었다. 수비 불안 속에 난조를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4)이 2경기 연속 무너졌다. 류현진은 8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LG와의 홈경기에서 6이닝 8피안타 4볼넷 5탈삼진 7실점(6자책)으로 부진했다. 개막전이었던 지난 2일 사직롯데전에서 4⅓이닝 8피안타 5볼넷 5탈삼진 5실점으로 뭇매를 맞으며 패전투수가 된데 이어 2경기 연속 아쉬움을 남긴 피칭. 류현진이 2경기 연속 5실점 이상한 건 데뷔 후 3번째 일이다.
경기 초반 류현진은 압도적이었다. 1회 리드오프 이대형을 133km 서클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2번 박경수는 몸쪽 낮은 148km 직구로 스탠딩 삼진 처리했다. 정성훈마저 포수 파울플라이로 돌려세운 류현진은 2회에도 정의윤-윤상균-이병규를 각각 포수 파울플라이, 우익수 뜬공, 투수 앞 땅볼로 삼자범퇴 처리했다. 3회 안타와 볼넷을 1개씩 내줬지만 탈삼진 2개 포함 나머지 타자들을 범타로 깔끔하게 처리하며 위기를 잘 넘어갔다.

3회까지 총 투구수 45개 중 스트라이크가 30개였고, 직구 최고구속은 149km까지 나왔다. 롯데전에서는 145km 이상 직구가 3개밖에 없었지만 이날은 3회까지 145km 이상 강속구가 15개나 나올 정도로 볼끝에 힘이 넘쳤다. 4회에도 첫타자 정성훈을 146km직구로 헛스윙 삼진시켰다. LG 킬러 명성이 재확인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류현진은 거짓말처럼 무너졌다. 1사 후 2-0이라는 유리한 카운트에서 볼 4개를 연속 던지며 정의윤을 출루시킨 게 불행의 씨앗이었다. 이어 후속타자 윤상균에게 초구를 통타당했다. 가운데 높은 142km 직구를 얻어맞아 중앙담장으로 넘어가는 비거리 115m 역전 투런포.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홈런은 언제든 맞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과정이 안 좋았다. 수비에서 뜻하지 않은 미스가 속출한 것이다. 역전 투런포를 맞은 후 상대한 이병규의 타구가 좌익수 쪽으로 향했다. 좌익수 최진행이 타구를 잘따라가 놓고 캐치를 하지 못했다. 2루타로 처리됐지만 실책성 플레이였다. 이후 김태완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낸 류현진은 조인성에게 치명적인 한 방을 맞았다. 129km 서클체인지업이 떨어지지 않고 바깥쪽으로 높게 들어왔고, 조인성이 가볍게 맞혔다. 타구는 중앙 백스크린을 훌쩍 넘어가는 비거리 125m 스리런포로 이어졌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2사까지 잡아놓고, 이대형이 3루 선상에 거의 걸치는 행운의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이어 박경수 타석 때 포수 신경현의 패스트볼에 이어 1루수 전현태의 악송구로 이대형이 홈까지 밟았다. 6회에도 2사 만루에서 정성훈의 평범한 유격수 땅볼이 1타점 내야안타로 둔갑했다. 유격수 이대수가 타구를 잡았으나 2루에 송구할 수 없었다. 2루수 전현태가 1루 백업을 들어간 바람에 2루 베이스가 비어버린 것이다. 사실상의 실책으로 7실점째.
제 아무리 류현진이라 해도 수비가 도와주지 않고 행운마저 따르지 않으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시즌 초반 2경기를 마친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9.58이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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