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부진을 어떻게 봐야 할까.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4)이 흔들리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 8일 대전 LG전에서 6이닝 8피안타 5볼넷 5탈삼진 7실점(6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개막전이었던 지난 2일 사직 롯데전에서 4⅓이닝 8피안타 5볼넷 5탈삼진 5실점으로 무너진 이후 2경기 연속 패전투수. 류현진이 개막 2연패로 시즌을 시작한 건 처음이다. 2경기 5실점 이상한 것도 개인 3번째. 한화로서는 믿었던 류현진 부진에 어안이 벙벙하다. 무엇이 문제일까.

▲ 무뎌진 구위
LG전에서 류현진의 공은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였다. 직구 최고 구속을 150km나 뿌렸고, 145km 이상 강속구도 20개나 던졌다. 개막전에서 145km 이상 강속구가 3개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구위 자체는 많이 올라왔다. 그러나 문제는 난타를 당할 때였다. 4회 1사까지 류현진은 탈삼진 5개를 솎아냈다. 49개 중 16개가 145km 이상 직구였다. 그런데 이후 63개 중 145km 이상은 4개밖에 나오지 않았다. 윤상균에게 맞은 홈런도 밋밋한 142km 직구가 가운데 높이 들어가자 통타당한 것이다. 사실 시즌 전에도 류현진의 몸 상태가 지난해만 못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우려대로 시즌 초반 확실한 구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 흔들리는 제구
류현진의 강점은 제구력이다. 지난해까지 데뷔후 5년간 통산 9이닝당 볼넷이 2.8개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제구가 정교했다. 그러나 올해 첫 2경기에서는 제구가 예전같지 않다. 2경기 연속으로 볼넷 5개를 내줬다. 평소 류현진은 "볼넷을 가장 싫어한다"고 말한다. 류현진이 2경기 연속 볼넷 5개를 내준 것도 데뷔 후 처음으로 있는 일이다. 물론 LG전에서는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이 다소 까다로운 것도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스트라이크존에 걸친 게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한 이닝에만 볼넷 3개를 준 장면은 류현진답지 않았다. 조인성에게 맞은 스리런포도 서클체인지업이 떨어지지 않고 바깥쪽 높게 들어간 게 문제였다.

▲ 에이스 부담감
심리적으로도 부담감이 많다. 류현진은 에이스다. 그런데 너무 외로운 에이스다. 타선과 야수의 지원이 미미하고 불펜진도 아직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류현진은 25경기 중 23경기에 7이닝 이상 던졌다. 그리고 16승을 건졌다. 류현진이 나오는 날에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공식이 성립됐다. 류현진의 등판 여부에 따라 상대 팀의 희비가 엇갈릴 정도로 그 존재감이 대단하다. 그러나 야구에 무조건이란 없다. 맞을 수도 있고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런데 한화는 지난 2년간 최하위였고, 올해도 상황은 크게 나아진 게 없다. 류현진의 부담감은 다른 에이스와 차원이 다르다. 무조건 최소 실점으로 상대를 막아야 한다. 류현진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민철 투수코치는 "말은 안 해도 얼마나 부담이 크겠나. 에이스란 정말 힘든 자리다. 주위에서 아무리 괜찮다고 격려를 해도 본인의 그 속마음까지 어떻게 알 수 있겠나"라고 했다. 류현진은 부담감이라는 타자와도 싸우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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