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좌완'류현진(24, 한화 이글스)과 '160km 사나이'레다메스 리즈(28, LG 트윈스)의 괴물투수 대결에 미국프로야구(MLB) 내셔널리그 모 구단 스카우트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리즈는 메이저리그 출신이고,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모든 구단이 아는 투수다.
8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류현진과 리즈의 선발 맞대결에 한 외국인이 스피드건을 들고 포수 뒤 중앙석에 앉아 있었다. 지난 5일 잠실구장을 찾아 김광현(23, SK 와이번스)을 체크했던 동일인이었다.
경기 중반 만난 그는 "주말 부산에서 고교야구를 보기 전 류현진과 리즈가 맞대결한다는 소식을 듣고 경기장을 찾았다"면서 "투수전을 예상했는데 경기 중반부터 류현진과 리즈 모두 구위가 조금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류현진은 최고구속 150km 직구와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며 4회 1사까지 거의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선보였다. 그러나 4회 윤상균과 조인성에게 연속 홈런을 맞고 6이닝 8피안타 5볼넷 5탈삼진 7실점(6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리즈는 1회말 선두타자 강동우에게 솔로 홈런을 맞고 불안한 출발을 보였으나 최고구속 158km를 스피드건에 찍으며 6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솎아 내며 3피안타 5사사구 4실점(3자책)을 기록해 승리투수가 됐다. 한국야구 데뷔 첫 승이다.
먼저 그는 "리즈는 지난 겨울 우리가 계약을 시도했던 선수"라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4회까지 볼넷이 한 개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제구가 좋았다. 볼 로케이션도 낮게 형성 됐으며, 직구와 더불어 슬러브(슬라이더의 스피드와 커브의 낙차가 섞인 구종)가 인상적이었다. 오늘은 체인지업도 많이 던졌으며 낙차도 괜찮았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그는 리즈의 직구에 대해서 "처음 3이닝 정도는 플러스, 플러스 직구다"며 칭찬했으나 "5회 이후 직구 구속이 많이 떨어져 이때부터는 평균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구속이 떨어지면서 타자들의 배트가 쉽게 나왔고 안타를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의 투구는 어떻게 봤을까. 그는 "3회까지는 류현진의 본래 모습이었다. 그러나 4회부터는 내가 알던 류현진의 투구와 많이 달랐다"며 웃음을 지었다. 지난 2008베이징 올림픽과 2009WBC를 통해 류현진을 지켜본 그는 "3회까지 구위가 정말 좋았다. 직구 최고 구속도 93마일(150km)가 나왔다. 본인 실력이었다. 직구, 체인지업 제구 모두 완벽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류현진은 4회 1사까지 거의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보였다. 3회 안타와 볼넷을 1개씩 내줬을 뿐 탈삼진 5개를 솎아내며 LG 타자들을 차례로 돌려세웠다. 개막전에서 145km 이상 공이 3개밖에 없었지만 이날은 1회부터 최고 150km 강속구를 포함해 145km 이상 공을 무려 9개나 던졌다. 좌우 코너워크를 활용한 그의 힘이 실린 강속구는 쉽게 건드릴 수 없었다. 그 기세가 4회 1사까지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그는 "4회 갑자기 직구 구속이 뚝 떨어졌다. 87∼89마일(140∼143km) 밖에 안 나왔다. 더불어 제구가 갑자기 흔들리면서 사사구도 3개나 내줬고, 홈런을 두 개나 맞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물론 수비 불안도 있었지만 류현진이라면 극복했어야 하는 부분이다"며 류현진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높음을 넌지시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리즈와 류현진 모두 매력적인 선수"라면서 "기회가 된다면 다음 기회에 이들의 투구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며 경기장을 나섰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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