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가 ‘소극장 스탠드 10주년 한정판’ 소극장 공연으로 전국 10개도시 27회 매진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워나가고 있다.

지난 2월 서울에서 8회 공연으로 6000여명을 동원한 이후 부산, 원주, 광주 등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지난 2월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티켓은 동이 나고, 추가 공연 요청이 쇄도하는 등 싸이 콘서트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뜨겁기만 하다.
대구는 전국 공연 중 가장 먼저 매진을 기록한 도시. 지난 8일 공연이 열린 대구 수성구 수성아트피아 공연장에는 20대 대학생부터 50대 부부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연령층이 한 공간에 모여 다같이 어울려 노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냥 노는 것도 아니다. 소리를 지르고 몸을 흔들며 3시간 30분동안 단 한순간도 쉬질 않는다. 앙콜이 임박할 때쯤 먼저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도 한명 없다.
이쯤되면 싸이 콘서트는 ‘현상’이다. 관객들의 호응에 크게 감동한 싸이를 공연장 대기실에서 만나 싸이 공연의 매력은 대체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봤다.
# 싸이 콘서트는 나이트다
싸이는 공연 큐시트를 짤 때 ‘나이트 전략’을 응용한다. 20~30분 ‘가열차게’ 놀고, 발라드로 한 템포 쉬는 방식이다. 3시간 30분 공연에 발라드는 겨우 다섯곡. 수년간의 무대 경험으로 단련된 강철 체력의 소유자인 싸이도 숨을 몰아쉬며 ‘댄스곡을 너무 많이 넣었나’ 후회하는 순간이 올 정도로 ‘빡센’ 곡 구성이다.
“관객들이 ‘오늘 참 잘 놀았다’하는 표정으로 집에 가실 때 정말 좋아요. 고객을 모시는 업주의 마음으로 관객들이 좋아하는 구성에 딱 맞추는 거죠. 그래서 큐시트도 나이트 전략으로 짭니다.(웃음) 20분 놀고, 1곡 쉬고. 제 공연에 발라드가 딱 다섯 곡이에요. 제 공연이 신나는 건 많이들 예상하시는 건데, ‘의외로 노래 잘하네’라는 느낌까지 주려면 그 다섯 번의 기회가 전부인 거죠.”
자칭 ‘나이트 죽돌이’였던 싸이는 공연에 푹 빠진 후 나이트 클럽 출입을 끊었다. 공연장에 질 좋은 사운드, 좋아하는 음악, 그리고 싸이를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보니, 굳이 나이트를 갈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싸이는 “내가 나이트를 간 게 몇 년 전이었더라?”하고 한참을 생각했다.

# 싸이 콘서트는 갱생원이다
싸이는 공연 도중 “갱생원에 왔다 생각하고 새 사람이 되어 돌아가시라”고 말한다. 실제로 세 시간이 넘게 ‘미친 사람’처럼 뛰고 소리치고 춤추는 싸이를 보고 있으면 정말 ‘나도 저렇게 뭔가에 미쳐보자’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직장인들이 유독 싸이 콘서트에 큰 호응을 보내는 것은, 루즈한 일상에 자극제가 돼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공연에서 저는 거의 자학 수준으로 놀아요. 저는 관객들에게 ‘나한테 지지마라, 지치면 지는 거고 미치면 이기는 거다’라고 말하면서, 힘들수록 더 신나게 놀거든요. 30~40대가 이 문장에 많이 반응하세요.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실제로 싸이는 공연에 단단히 ‘미쳤다’. 그는 세시간 반을 뛰고 무대에서 내려왔는데도 “다음 공연에선 다른 걸 더 추가해볼까”라고 말했다. 중소극장 공연인데도 대형 공연에서나 쓰이는 크레인과 레이저 등 각종 무대 장비를 죄다 ‘쑤셔넣었다’. 노래 가사를 3D로 보여주기까지 한다.
“27회 매진인데요. 수익은 제로예요. (김)장훈이 형이 하도 공연은 수익을 남기는 게 아니다로 하셔서.(웃음) 장비 빌리고 스태프 100명 꾸리고 하면 공연 제작비는 뭐, 큰 공연이랑 비슷해요.”
# 싸이 콘서트는 캠프파이어다
싸이는 공연 도중 관객들에게 말을 자주 건다. 여러 명이서 몰려와 ‘물을 흐리는’ 남자 관객들을 놀리고, 여자 관객을 안아주다 관객의 남자친구로부터 견제를 당하고, 젊은 관객들과 똑같이 뛰어노는 노부부에게 파이팅을 보낸다. 관객과 툭툭 주고 받는 대화도 상당히 많다.
“노래 잘하는 발라더들의 공연이 약간 전시회 같은 느낌이라면, 제 공연은 캠프파이어 아닐까요. 요즘 느끼는 건데, 사람들은 뭐든지 직접 참여하는 것을 더 좋아해요. 인터넷만 봐도, 뭐든 참여가 활발하거든요. 오용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예전의 비난 일색 보다는 최근 인터넷 문화가 중심을 잡고 가는 느낌이에요. 그런 분들이시니까, 공연에서도 그냥 구경하기보다는 함께 하시길 바라시는 거죠.”
그의 첫 단독 공연 무대는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이었다. 첫 공연부터 1만명 규모였고, 흥행도 잘 됐다. 그러다 1000명 단위의 공연은 난생 처음. 싸이는 요즘 무대에서 자주 운다.
“처음부터 큰 공연장에서 했고, 반응도 좋았는데 알고 보니 부실공사였더라고요. 저는 큰 공연 밖에 할 줄 몰랐던 거예요. 이번에 작은 공연들을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큰 공연은 분위기를 딱 잡아서 쭉 가면 되는데, 소극장은 조금만 방심해도 바로 흐트러지는 거예요. 요즘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싸이가 제일 재미있어 하는 공연 후기는 ‘팬 됐어요’다. 실제로도 후기 중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팬 됐어요’ 글은 싸이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공연의 길과 맞닿아있다.
“진짜 웃긴 거예요. ‘팬 됐어요’라니. 그럼 팬이 아닌데 제 공연에 왔다는 거잖아요. 굳이 저를 좋아하지 않아도, 한번 와볼만한 공연이라고 믿음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고요. 그렇게 쭉 피라미드처럼 팬이 늘면 좋은 거죠.(웃음) 저는 정말 저를 싫어하는 분이라도, 제 공연은 올 수 있을만큼의 공연 브랜드를 확고히 쌓고 싶어요. 언젠가 꼭 이루고 싶은 목표입니다.”
싸이는 이날 공연을 마치고 “기분이 정말 좋다”며 새벽 4시까지 스태프들과 술잔을 기울였다. 오는 5월1일 청주에서 열리는 마지막 공연까지 이 기분 좋은 술자리는 계속될 전망이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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