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에이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지 모르겠다".
넥센 히어로즈 외국인 투수 브랜든 나이트(36)는 '에이스'라는 표현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지난해까지 삼성에서 뛰었던 나이트는 올 시즌 넥센으로 이적한 뒤 확고한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그는 2차례 선발 등판을 통해 1승 1패(평균자책점 0.61)로 완벽투를 과시했다.
나이트는 지난 2일 문학 SK전에서 7이닝 1실점(4피안타 1볼넷 6탈삼진) 호투했으나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그는 8일 목동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 직구 최고 148km를 찍으며 7⅔이닝 무실점(4피안타 3볼넷 4탈삼진) 호투하며 시즌 첫승을 신고했다. 그동안 확실한 에이스가 없었던 넥센은 나이트의 첫 등판에 대해 "확실한 1선발 투수를 얻었다"고 반색했다.

9일 경기에 앞서 기자와 만난 나이트는 "내게 에이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지 모르겠다"고 환한 미소를 지은 뒤 "전날 경기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시즌 마지막 등판까지 이어간다면 에이스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겠냐"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감독님을 비롯해 동료 선수들이 믿어줘 고맙다. 특히 지난해 무릎 수술에도 불구하고 내게 뛸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그만큼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적 후 첫승 소감을 묻자 "어느 팀에서 뛰든 어느 팀에 이기든 승리는 똑같다"며 "개인적인 첫승보다 팀이 이기는 것이니까 팀이 이기면 내게도 좋은 일이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이 목표니까 시즌 초반에 많은 승수를 쌓는게 더 중요하고 도움이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구원왕 출신 손승락으로부터 싱커 그립을 쥐는 방법을 배운 나이트는 "오른손 타자에게 잘 통하는 것 같다. 지난해 무릎 부상 직전에 컨디션이 가장 좋았는데 당시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낮게 제구해 땅볼을 많이 유도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전 소속 구단인 삼성팬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2009년 한국에 왔을때 팬들이 '백기사'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그때부터 성적이 좋았던 것 같다. 지난해 초반에 부진했을때도 질책보다 격려해준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나이트는 삼성 시절 팀내 유망주를 위해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개한다. 그래서 동료 선수들도 외국인 선수가 아닌 선배처럼 잘 따른다. 넥센에서도 멘토 역할은 변함없다. 그는 "누구든 내게 물어보면 당연히 알려주려고 한다. 올해 1순위로 입단한 신인 윤지웅과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뭔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정신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 그리고 잘하니까 1순위로 지명하지 않았겠냐'고 말했던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국내 무대에서 뛰는게 행복하다고 말한다. 나이트는 "한국에서 2~3년간 뛴 뒤 이곳에서 은퇴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한국 생활이 정말 좋고 모든 사람들이 잘 해줘서 너무 좋다. 모든게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출중한 기량 뿐만 아니라 성실한 훈련 태도, 외국인 선수답지 않은 겸손한 모습이 돋보이는 나이트는 이방인이 아닌 진정한 팀원이라는 표현이 딱이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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