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이병규, '베테랑이란 이런 것'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4.09 20: 31

"이제 하나 보여줘야죠".
경기 전 '큰'이병규(37)의 말이 결코 그냥 한 말이 아니었다. 이병규가 한 경기 홈런 두 개를 폭발시키며 만점 활약을 펼치며 LG를 3연승으로 이끌었다.
이병규는 9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전에서 3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2회와 5회 홈런포를 포함 6타석 5타수 2안타 3타점 3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11-2로 승리하는데 수훈갑이 됐다.

 
이병규는 경기 후 기자들과 만나 "내 뒤에 (박)용택이와 (이)진영이 모두 타격감이 좋아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려는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섰다"면서 "지금 우리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 선배로서 이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병규는 이날 첫 타석부터 기분이 좋았다. 그는 1회초 첫 타석에서 한화 선발 양훈을 상대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골라 1루에 나갔다. 한국프로야구 역대 43번째 500사사구 대기록을 달성했다. 경기 후 이병규는 "기록을 달성한 줄은 나도 몰랐다"며 놀랐다.
이어 2회 두 번째 타석 1사 2루에서 양훈을 상대로 볼카운트 1-2에서 4구째 슬라이더를 받아 쳐 중월 투런 홈런을 폭발시켰다. 경기장 한 가운데 담장을 그대로 넘긴 시즌 1호 홈런이었다.
한번 살아난 감은 그 다음 타석에서도 좋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병규는 3회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난 뒤 5회 네 번째 타석에서 한화 우완 구원 장민제를 상대로 가운데 높은 130km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주월 솔로 홈런을 연결했다. 올 시즌 8개 구단을 통틀어 첫 멀티 홈런이었다.
지난 1997년 LG에 입단한 이병규는 데뷔 첫해부터 맹활약을 펼치며 신인왕에 차지하는 등 호타준족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지난 2006시즌을 마치고 3년 동안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뛰다 지난해 한국에 복귀했다.
3년간의 공백이었던 것일까. 이병규는 지난 시즌 초반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며 117경기에 출장 2할9푼의 타율에 117안타 9홈런 64타점에 그쳤다. 보통 선수라면 충분히 잘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수치지만 4번타자를 기대했던 박종훈 감독은 만족하지 못했다. 이병규 스스로도 "공백 기간도 있었고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베테랑'이병규는 팀이 9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것에 책임감을 갖고 겨울을 보냈다. 후배들 보다 앞서 가장 먼저 체력훈련을 하며 모범을 보였고, 막내 임찬규에게도 따뜻한 조언을 건네며 팀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
이병규는 8일 대전 한화전에서 첫 선발 출장해 '괴물'류현진을 상대로 2루타를 치며 류현진을 꺾는데 선방장에 섰다. 이틀 연속 선발 출장한 이병규는 오늘 홈런포 두 방을 쏘아 올리며 '베테랑의 힘'이란 무엇인지 보여줬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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