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투 부하가 큰 편이었던 만큼 패배했다면 꽤 타격이 컸던 경기. 그러나 젊은 주축들은 좋은 활약을 펼치며 끝내기 승리를 이끌었다. '타격 기계' 김현수(23)와 새 마무리 임태훈(22. 이상 두산 베어스)이 3연승 주역이 되며 '명불허전'이 두엇인지 보여줬다.
지난 9일 잠실 KIA전서 김현수는 9회 2사 만루서 서재응의 초구를 중전 안타로 연결, 10-9 끝내기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임태훈은 7회 1사에 등판해 동점 및 역전을 내주기는 했으나 추가 실점은 막아내며 승리 기반을 닦았다. 팀은 6일 넥센전 5-2 승리 이후 3연승을 달렸다.

이날 두산은 이기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선발 이혜천이 3⅓이닝 만에 물러나며 제 몫을 하지 못한 경기였고 뒤를 이어 5선발인 김성배가 이틀 연속 계투로 등판했다. 또한 지난해 6회 이전 등판이 없던 승리 계투 정재훈이 5회에 올라왔을 정도로 김경문 감독이 강수를 던진 날.
사이드암 고창성도 불펜에서 대기하며 다음 출격을 기다렸던 긴박한 경기였다. 이기는 계투 카드의 피로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기였던 만큼 패했더라면 비수가 되었을 경기였으나 김현수의 방망이와 임태훈의 어깨가 승리를 이끈 셈.
2006년 신일고를 졸업하고 고교 최고 좌타자로 평가받았으나 신고선수가 되는 비운을 겪었던 김현수는 2007년 '포스트 장원진'과도 같은 2번 타자로 1군에 모습을 비춘 뒤 급격한 성장세 속에 중심 타자로 우뚝 섰다. 4년 연속 3할을 노리는 김현수는 공격적 타격으로 2011시즌 정확성 유지 및 발전을 노린다.
특히 김현수는 7회 서재응으로부터 4구 삼진을 당하며 시즌 첫 삼진을 기록했다. 끝내기 타에 대해서는 의외로 덤덤히 이야기하던 김현수는 삼진을 당했다는 데 대한 아쉬움을 밝혔다. 차라리 공격적 타격으로 범타 일축을 당할지 언정 투수를 더 괴롭히지 못하고 불리한 카운트서 무기력하게 물러났다는 점이 스스로에게 교훈을 준 모양이다.
"솔직히 창피했어요. 올해 첫 삼진인데 일찌감치 카운트가 불리하게 몰려 무기력하게 물러난 것 같아 아쉽더라구요. 차라리 범타로 물러나는 것이 나은 것 같아요".(웃음) 평소에도 야구 욕심 많은 김현수의 성격을 알 수 있게 한 단면.
새 마무리 임태훈의 활약도 눈부셨다. 7회 정신없던 상황에서 8-9 역전까지 내줬던 임태훈은 감을 되찾은 후 본연의 매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특히 힘이 떨어지는 고비이던 9회 과감한 몸쪽 직구로 2개의 탈삼진 포함 삼자범퇴로 끝낸 모습은 가히 그날 투구의 백미였다.
2007년 데뷔와 함께 주축 계투로 우뚝 서며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쥔 임태훈은 매년 투수진에 없어서는 안 될 활약을 펼쳤다. 지난 시즌에는 허리 통증 속 아쉬운 모습을 보였으나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서 분투하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조기 투입이요? 꼭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던 만큼 지시에 맞게 나갔을 뿐입니다. (이)용찬이가 2군으로 내려가 아쉽기는 하지만 다시 돌아올 때까지 형들이랑 똘똘 뭉쳐서 팬들께 좋은 활약 보여드리려구요".
2명의 소년들은 입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팀의 주축으로 우뚝 선 청년들로 자라났다. 야구 욕심과 성실함 속 자신의 실력을 키워 온 이들은 시즌 초부터 위력을 과시하며 앞으로 더 많은 활약을 예고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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