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MBC의 가수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의 연출을 맡은 김영희 PD는 오랫동안 MBC 예능 의 일등공신으로 통했다.
'양심 냉장고' 등 숱한 히트 코너를 통해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MBC 간판 예능으로 키워낸 인물이 그였고, 완전히 밑바닥에 가라앉았던 MBC 일요일 예능에 '나가수'로 다시 생기를 불어넣은 인물도 김PD다.
그런 김PD가 '나가수'에서 첫 탈락자 김건모에게 재도전 기회를 부여한 죄(?)로 사퇴의사를 밝힌 지 하루 만에 전격 교체됐고 사실상 자신의 모든 열정을 기울연 탄생시킨 프로에서 완전히 몸을 뺀 상태다.

시청자 반응에 무딘 MBC로서는 이례적으로 빠른 반응이었다. 결국 '나가수'란 MBC 예능의 새 희망을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애꿎은 장수 한 명을 재빨리 여론을 달래기 위한 희생양으로 삼은 게 아닐까.
MBC는 “출연진과 제작진이 합의해서 규칙을 변경했다고 하더라도 ‘7위 득표자 탈락’은 시청자와의 약속이었다”면서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 김 PD를 잘랐다. 하지만 김 PD의 하차는 출연 가수들이나 시청자에게 영 개운치 않은 뒷맛으로 남았다.
결국 '나가수'의 한 달 후 재개 방침에도 기존의 출연 가수들이 선뜻 합류 의사를 밝히지 않는데다 새로운 도전자 인선에 최고의 실력자들이 나서길 꺼려하는 원인이 여기서 비롯되는 셈이다.
누구보다 이 프로그램에 공을 들였던 인물이 김 PD였기 때문이다. 김 PD는 출연진인 이소라, 정엽, 백지영, 김건모, 김범수, 박정현, 윤도현을 섭외하기 위해 3개월 밤낮을 공을 들였다. 대한민국 가요계에서 내로라하는 최정상의 가수들을 한자리에 모으기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 김 PD는 가수들의 출연 결정에 대해 “대중가요의 발전를 위해 어떤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제작진의 진정성을 보고 어렵게 출연을 결정했다”며 출연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바 있다.
김 PD의 진심을 가수들도 공감했기 때문일까. 김 PD의 하차소식에 출연진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모 가수의 매니저는 “김 PD의 열정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며 후임으로 올 PD는 물론 전 출연진들이 부담을 안고 방송을 이어가게 될 것이라며 심경을 밝혔다.
김 PD의 하차를 반대하는 네티즌들의 성토도 만만치 않다. ‘나가수’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왜 김 PD에게만 모든 잘못을 뒤집어 씌우느냐' '김 PD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줘야한다' 는 내용의 응원글들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PD 교체로 사태를 무마하려는 MBC의 행태를 비판하는 소리도 높다.
지난 14일 첫 녹화를 마치고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런 공연은 어디서도 보기 힘들 것”이라며 프로그램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쳤던 김 PD. 김 PD가 시청자의 기대를 저버리고 원칙을 무너뜨렸다는 죄명으로 교체됐지만 MBC는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을 무마시킬 희생양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물론 김 PD의 잘못도 분명하다. 시청자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이유는 연출된 예능과 달리 진정성과 긴박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인데 '나가수'는 마치 '1박2일' 복불복 게임마냥 첫 탈락자 김건모에게 자신들 마음대로 재도전 기회를 주면서 신뢰를 잃었다.
하지만 이같은 결정에는 중립성을 잃은 이소라의 진행과 돌발 행동 등 출연진의 동요가 바탕이 됐기에 김 PD 혼자에게 책임을 묻기란 애매한 상황이다. 그런 그에게 '모든 비난의 원인이 됐던 재도전 기회를 줘보자'는 시청자 바람이 생뚱맞게 다가오지 않는 배경이다.
[엔터테인먼트 팀장]mcgwire@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