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힘이 만든 '깜짝 홈런선두' 이대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4.11 07: 07

이대수의 난이다.
시즌 초반 프로야구의 테마는 이변이다. 믿었던 에이스들이 차례로 무너진 것도 놀랍지만 홈런 순위표를 보면 더 놀랍다. 한화 유격수 이대수(30)가 홈런 전체 1위에 올라있는 것이다. 이대수는 11일 현재 7경기에서 3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깜짝 이변이다. 이대수는 지난 10년간 통산 홈런이 17개였다. 지난해 기록한 7개가 한 시즌 최다홈런. 그랬던 이대수가 시즌 초반부터 놀라운 홈런쇼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대수는 "이제 4월이다. 무슨 의미가 있겠나. 부끄럽다"며 겸손해 했다. 하지만 이대수가 달라진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늘 우리 곁에 함께 해 잊어버리기 쉬운 가족. 바로 그 힘이다.
▲ 웨이트와 아내

이대수는 "확실히 힘이 붙으니까 타구에 힘이 실리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근 이대수의 타구는 외야로 쭉쭉 뻗어나간다. 타구의 질이 달라졌다. 기술적으로는 방망이 그립위치를 조금 바꿨다. 이대수는 "작년까지는 배트 헤드가 투수 쪽으로 향했는데 지금은 3루 덕아웃 쪽으로 향해있다. 그렇게 위치를 바꾼 게 장타 생산의 또 다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테이크백을 간결하게 하고 타구에 힘을 싣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전제는 결국 달라진 힘이다. 지난 겨울 혹독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잘 만든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대수는 지난해보다 5kg을 찌웠는데 그 중 3kg이 근육이다.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지만 독하게 몸을 만들었다. 근력을 키우기 위해 무거운 역기와 싸웠다. 식단도 바꿨다. 체지방과 근육을 늘리기 위해 단백질과 탄수화물 위주로 챙겨먹었다. 그는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다"고 했다. 비시즌 동안에 하루도 빼먹지 않고 고기를 섭취했다. 이대수는 "몸을 불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힘들었지만 아내도 함께 고생을 많이 했다. 고기가 하루라도 떨어지면 안 될뿐더러 똑같이 먹으면 질리니까 볶기도 하고 삶기도 한다. 아내가 식단을 짜느라 힘들었지만 많이 도와줬다"고 고마워 했다. 야구선수가 결혼한 뒤 잘하는 데에는 아내의 내조를 빼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 끝내기와 부모님
올해 이대수의 홈런은 그야말로 영양가 만점이다. 지난 3일 사직 롯데전에서 1-1 동점이던 4회 결승 솔로포를 터뜨리며 배트를 내동댕이쳤다. 화끈한 포효였다. 이 홈런은 개막전 완패로 자칫 수렁에 빠져들 수 있던 한화를 구해낸 값진 한 방이었다. 이어 지난 6일 대전 KIA전에서는 9-9 동점으로 맞서던 연장 10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드라마같은 끝내기 솔로포를 작렬시켰다. 생애 첫 끝내기 홈런 경험이었다. 그는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날 그 홈런이 더 감격적인 건 바로 부모님 때문이었다.
 
이대수는 전북 군산의 작은섬 신시도에서 태어났다. 김 양식을 하는 그의 부모님은 지금도 그곳에 머물면서 종종 아들의 경기를 보러 찾아온다. 이대수도 비시즌에 종종 고향으로 내려가 부모님 일을 돕는다. 구단 관계자는 "부모님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른 효자 선수"라고 했다. 이대수가 끝내기 홈런을 친 그날 그곳에는 부모님이 있었다. 노부부는 이대수의 끝내기 홈런을 보고 감격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서도 우산 속에서 함께 경기를 지켜본 노부부의 이마에는 눈물을 흘러내렸다. 이대수는 "야구를 시작한 뒤 가장 감격스런 날이었다"고 떠올렸다.
▲ 홈런과 아들
이대수는 지난 10일 대전 LG전에서도 홈런 한 방을 날렸다. 0-5로 무기력하게 끌려가던 3회 선두타자로 나와 LG 선발 벤자민 주키치로부터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솔로포를 작렬시켰다. 주키치로부터 뽑아낸 첫 안타이자 득점. 이대수가 불씨를 댕기자 이희근까지 투런포를 쏘아올리며 추격전을 전개했다. 비록 패했지만 한화가 절대 만만한 팀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한 방. 그날 대전구장 지정석에는 그의 아내와 아들이 있었다. 생후 8개월이 된 아들 시헌이는 그의 홈런을 보고서야 잠이 들었다. 아버지의 홈런이 만들어낸 환호 소리가 아들에게는 최고의 자장가였다.
이대수는 "요즘에 우리 아들 보는 낙에 산다. 아들만 보면 그날 피로가 다 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8개월이 됐는데 한창 이쁠 때다"며 흐뭇한 아빠 미소를 지어보였다. 멋모르던 섬소년에서 어느새 한 집안의 가장이 된 그의 양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하지만 이대수에게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가족은 그가 야구를 하는 이유이자 에너지가 됐다. 가족의 힘. '깜짝 홈런선두' 이대수를 보면 가족이 왜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알 수 있다. 이대수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 가족의 힘으로 살아가는 인생사다. 야구와 인생은 그래서 닮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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