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데뷔해 11년 동안 다수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가장 친근한 배우로 손꼽히는 류승범. 카메라 앞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류승범은 알고 보니 카메라 뒤에서 더 수줍고 조심성 많은 남자였다.
배우로서 한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분석하고 준비하고 그 이후에 카메라 앞에서 모든 것을 던져서 카메라가 돌아가는 동시에 자신을 버리고 그 인물이 된다. 영화 ‘부당거래’의 주양 검사로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던 그가 자신만만 패기만만했다가 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한 보험왕으로 변신했다.
영화 ‘수상한 고객들’에서 잘 못나가는 야구 투수였다가 성공가도를 달리는 보험왕으로 인생역전을 이룬 인물을 연기했다. 겉으로는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듯 보이지만 실상 오지랖의 끝을 달리는 인물이다. 어렵고 힘들고 죽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버럭버럭 욕을 하다가도 “에잇!”하며 뒤돌아서 다시 챙겨주는 본성은 따뜻한 남자.


류승범은 이 보험왕을 연기하는데도 자신만의 변주와 리듬으로 만들어냈다.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고 화를 내는데도 그 따뜻한 보험왕의 이면을 살포시 부담 없이 실어 나르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한다.
“저의 자연스러움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사실 작품에 임하는 태도는 그것과는 다른 것 같아요. 본능에 맡기는 신도 있지만 해석을 지독하게 하는 신도 있어요. 영화를 통해서 보이는 직업이니까 관객들이 보실 때는 제가 치열하게 고민했던 것들이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스크린에 보이기 전에 많이 공부했던 것, 해석 등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저의 연기와 그 인물만이 노출되어야 한다고 봐요. 치열하게 준비를 하지만 보는 분들은 자유롭게 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해부터 류승범은 영화 ‘방자전’ ‘용서는 없다’ ‘부당거래’ 등 사극과 현대극, 로맨스와 스릴러, 범죄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매번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했다.
“변화를 계속 끊임없이 계속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작품을 고르지는 않아요. 그 작품만 놓고 봤을 때 끌림이 있고 진솔한 이야기를 찾아 가는 것 같아요. 저 개인, 배우 류승범의 행보보다는 작품이 주는 그 진정성 있는 이야기로 선택을 하는 것 같아요.”
연기자로 나선지 11년이 됐다.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때와 지금 류승범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배우로서의 농익음과 스타일의 세련됨, 한 인간으로의 성숙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오랜 시간 동안 달라지지 않는 것은 류승범의 슬림한 몸매. ‘살찐 류승범’을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사실 ‘주먹이 운다’에서 운동량이 너무 많아서 영화가 끝난 이후에는 정말 운동을 하기가 싫었어요. 그때 운동을 너무 하기 싫어서 그냥 저를 방치했죠. 그랬더니 정말 살이 찌더라고요. 몇 개월 쉬고 ‘야수와 미녀’ 하면서 방치해 뒀더니 어느 날 몸이 이상하다고 느껴졌어요. 몸무게를 재보니까 80kg이 넘어 있었어요.”
“그때 ‘아 내가 운동을 안 하면 살이 찌는 체질이구나’ 알았어요. 그 전까지 저도 제가 살이 안찌는 체질인줄 알았죠. 그 이후에 다이어트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헬스장 가서 운동 하고 틈만 나면 열심히 뜁니다. 여름에는 친구들이랑 한강 가서 농구도 하고 그래요.”
마지막으로 류승범에게 배우로서의 포부를 묻자 “배우로서 꿈도 많고 고민도 많습니다. 어떤 배우가 좋은 배우일까요? 그 정의를 내리는 것은 늘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러니 그냥 제 자신을 알아가고 제 자신을 더 훈련시키고 그런 과정에서 살아가는 게 저의 포부입니다.”라고 담담히 속내를 전했다.
crystal@osen.co.kr
<사진> 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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