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토'가 돌아왔다. 지난해 왼쪽 정강이 골지방종 수술로 일찌감치 한 시즌을 접었던 두산 베어스 우완 김상현(31)이 다시 스파이크 끈을 질끈 동여매고 마운드에 올랐다.
김상현은 지난 12일 부산 사직구장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4-4로 맞선 11회말 마운드에 올라 2이닝 2피안타(탈삼진 1개)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막판 끝내기타 허용 위기를 맞았으나 2루수 김재호의 멋진 중계 덕택에 패전 위기를 벗었고 오랜만의 페넌트레이스 등판임을 감안하면 투구 내용이 좋았다.

그의 페넌트레이스 등판은 지난 2009년 9월 25일 SK전 이후 564일 만이다. 2008년 6승, 2009년 7승을 올리는 동시에 선발-계투를 오가며 종횡무진했던 김상현은 지난해 연습경기 도중 정강이 직격타를 맞은 데 이어 뒤늦게 발견된 골지방종으로 인해 결국 시즌을 불명예스럽게 마감하고 말았다.
구위와 변화구 구사력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비추지 않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0km대 초반이었으나 타자 눈높이에 맞는 실투는 많지 않았고 과거 주무기였던 커브로 유리한 카운트를 이끄는 모습 또한 눈에 띄었다. 2이닝 동안 27개의 투구수로 비교적 경제적 투구까지 선보였다.
김상현의 1군 복귀는 효용성 면에서 더욱 뜻깊다. 시즌 개막과 함께 두산은 선발 투수들의 투구수를 점차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승리 계투진의 릴레이 등판이 많았다. 12일 경기만 하더라도 정재훈이 2이닝, 고창성 1이닝에 마무리 임태훈이 2이닝을 소화했다. 이재우가 팔꿈치 수술로 재활 중이고 이용찬이 2군으로 내려간 상황임을 감안하면 승리 계투진이 얄팍한 편.
김창훈, 장민익 등 좌완 릴리프진은 박빙 상황서 꺼내들기에는 아직 1군 경험이 부족한 편이다. 이 가운데 경험을 갖춘 김상현이 몸 상태에 문제가 없음을 보여준 것은 의미가 깊다. 승리 계투진의 투구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실력자가 복귀했음을 의미한다.
승리 계투진의 초반 체력소모가 큰 편인 가운데 그 부담을 나눌 수 있는 투수의 가세는 분명 반가운 일이다. 게다가 김경문 감독은 시즌 전부터 "추격조로 쓸 수 있는 롱릴리프진 확충도 중요하다"라고 밝혀왔다. 전지훈련 대신 잔류군에서 삭풍을 이겨내고 돌아온 '인동초' 김상현의 1군 복귀는 전지훈련을 다녀온 투수들에게나 함께 국내 훈련을 치렀던 동료들에게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는, 파급 효과가 큰 등용책이 될 것인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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