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새로운 7인조 걸그룹 라니아는 데뷔까지 4년여 준비 기간을 거쳤다. 라니아를 만든 두 주역은 한국 DR뮤직의 윤등룡 대표와 마이클 잭슨, 레이디 가가 등의 주요곡을 프로듀싱했던 테드 라일리. 두 사람은 한 미 양국 음악계의 유명한 PD들이다.
라니아의 탄생은 미 대륙에서 아시아 그룹이 정통 팝음악으로 승부를 걸어보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흑인 뮤지션 테드 라일리는 윤 대표에게 "아직도 미국 주류 음악계에서는 유색 인종에 대한 편견과 제약이 존재한다. 이같은 장벽을 아시아의 걸그룹이 깨뜨리면 신나지 않겠냐"고 제안했고 베이비 복스로 중국과 동남아 한류를 개척했던 윤대표는 흔쾌히 수락했다.
처음 목적 그대로 4년전 멤버 선발을 위한 오디션은 국내와 태국, 중국 등 3국에서 이뤄졌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걸그룹인만큼 다국적 연합군으로 구성한 셈이다. 국내에서 데뷔한 라니아에는 태국 출신 조이만 합류했지만 중국에 첫 선을 보일 때는 중국 멤버가 가세하는 식이다.

당초 라일리는 미국 시장을 위한 여성 흑인 래퍼를 멤버에 넣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렇게 거르고 걸러서 뽑힌 라니아 멤버들은 혹독한 수련 과정을 거쳤다. 보컬과 안무 트레이닝, 어학 교육 등 멤버들의 데뷔 전 준비에만 9억여원의 경비가 들어갔다. SM, YG, JYP 등 국내 3대 기획사가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데 들이는 비용과 시간 이상으로 공을 들였다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고생하기는 멤버들도 마찬가지. 반복되는 훈련에 몸만 힘든 게 아니었다. 라니아 오디션에서 떨어졌거나 후보로 들어왔다가 탈락했던 동료들이 벌써 꽤 유명한 걸그룹의 일원으로 유명세 타는 현실을 지켜보는 가슴앓이도 심했단다. "우리는 언제나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준비된 걸그룹답게 라니아는 강렬한 퍼포먼스와 정통 팝, 그리고 7인 멤버의 제각각 매력을 앞세워 공식 데뷔 전부터 화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얼마전 결성된 팬클럽 홈페이지 가입자수도 하루가 다르게 쑥쑥 늘어가는 추세다.
선정성과 섹시 컨셉을 앞세운 노이즈 마케팅 덕을 봤다는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이에 대해 윤 대표는 "섹시로 밀고 나간다는 건 편견이다. 한국 걸그룹이 아시아 시장에서 한류 붐을 일으키게 된 원동력이야말로 강렬하고 잘 짜여진 퍼포먼스 덕분이고 이를 강점으로 키워야하는데 정작 한국 땅에서 이들을 욕하고 나무라니 울화가 치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지상파 TV의 가요 프로에서는 "'4분 곡을 2분30초로 잘라 방영하겠다'면서 '안무도 쩍벌춤은 안되니 빼고 의상 규제까지 하더라"며 말문을0 잇지 못했다. "4년 준비해서 만든 데뷔 앨범 타이틀 곡 4분을 방송에 내보내려고 자르고 줄이다니 말이 되는 소립니까."
베이비 복스 해외 진출과 라니아 준비 등으로 줄곧 아시아 각국 현장을 누벼온 그로서는 한국 TV 가요 프로의 현실에 어두운 게 틀림없었다. 이 곳 사정을 알았다면 하라는데로 자르고, 시키는데로 입고, 원하는데로 춤춰야 방송 기회가 자주 주어진다는 것을.
방송 녹화 직전에 이같은 규제를 통보받은 라니아는 별다른 동요없이 문제의 안무 등을 빼고 촬영을 마쳤다고 했다. 오랫동안 수백가지 안무를 몸이 알아서 움직이도록 훈련한 덕분에 가능했던 공연이다.
윤 대표는 온갖 서러움을 참고 열심히 춤추고 노래해준 라니아 멤버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분기는 조금도 삭지 않았는 지 얼굴과 눈은 벌건 채 그대로였다.
[엔터테인먼트 팀장]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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