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겠다".
SK 정근우(29)가 거포본능을 드러내고 있다.
정근우는 1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홈경기에 2루수 겸 톱타자로 선발 출장, 3회 두 번째 타석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아치를 그렸다. 시즌 3호 홈런. 이 부문 깜짝 공동 1위다. 앞선 타석에서 좌전안타를 친 정근우는 남은 두 번의 타석에서도 안타를 쳐 4타수 4안타를 기록했다.

벌써 5경기 연속 멀티히트다. 지난 6일 잠실 LG전에서 2안타를 뽑은 후 삼성과의 3연전에서 3-2-2안타를 쳐냈다. 특히 8일과 9일 이틀 연속 대포로 프로 데뷔 두 번째 2경기 연속 홈런을 쳤다. 장타율이 무려 8할2푼8리다. 당연 리그 1위. 여기에 타율도 4할8푼3리 1위에 올랐고 최다안타마저 14개로 공동 1위다.
정근우는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다. 홈런을 치고 싶어 치는 것 아니다"며 "두자리수 홈런보다 스윙 궤도가 좋다"고 설명했다. 또 "매 경기 타석에서 집중력이 생긴다"는 정근우는 "전광판에 타율이 보이지만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2009년에도 신경쓰다가 나태해졌다"고 돌아봤다.
김성근 감독은 정근우의 타격에 대해 "그동안 정근우의 타격을 보면 자꾸 앞으로 쏠리는 감이 있었다. 볼을 쫓아다녔다. 그러다 보니 하체가 일찍 무너져 제대로 힘을 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를 고치면서 손목의 힘과 맞물렸다.
정근우는 사실상 거포들의 손맛을 알게 됐다. 지난 9일 시즌 2호 홈런을 친 후 "방망이 헤드를 쓰기 시작하면서 힘보다는 컨택 위주의 간결한 스윙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비거리가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불편한 동작을 최대한 생략하면서도 헤드의 무게감을 느끼는 것은 종종 거포형 타자들이 하는 말이다.
방망이의 헤드 무게를 이용하려면 손목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여기에 하체의 중심 이동까지 더해지면 나무랄 데 없는 거포가 되는 셈이다.
결국 거포들의 노하우를 탑재한 정근우는 올 시즌 생애 첫 두자리수 홈런을 달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셈이다. 헤드 무게감을 느끼는 한 홈런은 아니더라도 장타는 꾸준히 생산될 가능성이 높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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