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많아도 성공하면 장수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1.04.13 16: 53

80년 동안 1500명 관찰 건강 고정관념 뒤집어
애완동물 기르기·모유·결혼 장수에 도움 안돼
나는 몇 살까지 살까? 

하워드 S. 프리드먼, 레슬리 R. 마틴|368쪽|쌤앤파커스
[이브닝신문/OSEN=오현주 기자] 모유를 먹고 자란 ‘나’는 낙천적이다. 학교에 일찍 입학해 많이 배웠으며 채소 위주로 식사를 한다. 담배와 술? 그게 뭔지도 모르고 살았고 운동을 열심히 해 정상체중을 유지한다. 행복한 인생을 위해 결혼을 했고 애완동물을 키운다. 스트레스 없이 쉬엄쉬엄 일하며 가끔은 귀찮기도 하지만 친구들 만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과연 ‘나’는 오래 살 수 있을까.
1921년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 루이스 터먼 박사는 1910년 전후에 태어난 1500명을 선발, 무려 80년 동안 이들의 삶을 관찰하기로 했다. 이른바 ‘터먼 프로젝트’였다. 이후 박사의 후배로까지 이어진 이 연구는 관찰대상들을 따라다니며 어떤 삶을 살았고, 성격과 직업, 인생관은 어땠으며, 결혼이나 이혼은 했는지, 얼마나 건강했는지, 어떻게 생을 마감했는지 등을 추적하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내 누구나 믿고 있는 건강과 수명에 관한 고정관념은 이들에 의해 산산조각 난다. 낙천적인 사람보다 걱정근심으로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오래 살았고, 스트레스를 아무리 많이 받아도 사회적으로 성공하면 노년까지 더 건강하게 살았던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생명을 단축시킨다고 철석같이 믿어왔던 통념들도 대거 거짓 판정을 받았다. ‘결혼한 사람이 더 오래 산다’ ‘지나친 일은 해롭다’ ‘걱정이나 스트레스를 없애야 한다’ ‘조깅을 하고 명랑하게 산다’ ‘죽음이란 말을 입 밖에 내지 않는다’는 물론, 하다못해 ‘착한 사람이 일찍 죽는다’까지 모두 ‘근거 없음’의 딱지를 썼다.
푸른 채소나 비타민, 건강검진이나 달리기 같은 단편적인 요인들은 건강과 수명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아니었다. 오히려 성격, 인간관계, 결혼과 이혼, 사회적 성공, 트라우마 경험 등 개인사의 복합적인 요인들이 훨씬 중요했다.
결혼을 일례로 보면 ‘한결같은 기혼남성’의 수명이 가장 길었다. 뒤를 이어 한결같은 독신남성, 재혼한 기혼남성, 이혼 후 독신남성’의 순으로 오래 살았다. 재혼한 남성이 한결같은 기혼자보다 오래 살지 못했던 건 이혼과 관련된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또 모유수유가 수명에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며, 애완동물과의 소통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나보다 스트레스가 많아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며 직장의 사장을 측은하게 바라본 적이 있는가. 그 시선은 어서 거두는 것이 좋겠다. 기업 CEO는 부하직원보다 평균 5년을 더 살았다. 100세까지 장수한 노인의 낙천적인 성격을 부러워한 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낙천성은 장수의 비결이 아니라 장수의 결과였다.
1911년에 태어나 1989년 사망한 한 코미디언의 건강비결은 ‘정직하게 살기’ ‘천천히 먹기’ ‘나이 속이기’였다.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비법은 다름 아닌 무수하게 널린 지침 사이에서 자신의 원칙을 찾는 일이었다.
euanoh@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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