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달라졌다. 그냥 달라진 게 아니다. 정말로 달라졌다.
LG는 지난 13일 잠실 삼성전에서 연장 10회말 '주장' 박용택의 끝내기 홈런으로 4-3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전날 4연승이 끊기며 자칫 안 좋은 쪽으로 흐름이 갈 수도 있었지만 달라진 LG는 그렇지 않았다. 시즌 초반이지만 6승3패로 1위 SK(7승2패)에 단독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단순히 결과만 좋은 게 아니다. 과정이 좋다. LG의 달라진 모습은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LG가 그냥 무너질 것 같지 않은 이유들이 수두룩하다.
▲ 선발이 된다

야구는 투수놀음, 그 중에서도 선발의 역할이 중요하다. 선발이 일찍 무너지면 도리가 없다. 지난해 LG가 그랬다. 선발투수의 힘이 절대적으로 모자랐다. 그 증거가 바로 퀄리티 스타트 횟수. 지난해 LG는 선발투수 퀄리티 스타트가 34회로 리그 최하위였다. 그런데 올해는 9경기에서 벌써 6차례나 퀄리티 스타트를 했다. 토종 에이스 봉중근이 없는데도 그렇다. 레다메스 리즈가 3차례 선발등판에서 모두 퀄리티 스타트했고, 박현준과 심수창도 각각 2차례·1차례씩 작성했다. 선발진 평균 투구이닝도 5.7이닝으로 KIA(5.8이닝) 다음이다. 지난해에는 4.9이닝으로 넥센(4.8이닝) 다음으로 안 좋았다. 박종훈 감독은 "선발투수가 버텨주니까 경기가 된다"고 말했다.
▲ 불펜도 좋다
올해 LG 마운드의 힘은 선발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불펜도 양적·질적으로 뒤지지 않는다. 개막 9경기에서 LG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2.43. 넥센(2.01) 다음으로 좋은 수치다. 아직 마무리투수 김광수가 완벽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지만 이동현·김선규·신정락·임찬규·오상민·이상열 등이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박종훈 감독과 최계훈 투수코치는 적절한 투수교체를 통해 불펜 힘을 극대화하고 있다. LG는 경기당 투수교체가 4.1회로 가장 많다. 지난해에도 3.9회로 가장 많았지만 믿을 만한 투수가 없어 교체를 반복한 지난해와 다르다. LG의 승계주자 실점율은 리그 3위(0.222). 지난해(0.327)보다 더 좋아진 기록으로 그만큼 투수교체가 잘 된다는 뜻이다.

▲ 타선의 집중력
과거 LG 신바람 타선은 초전 박살이 강점이었다. 1994년에는 1번 유지현, 2번 김재현, 3번 서용빈, 4번 한대화로 이어지는 타순에서 선취점은 기본이었다. 올해 LG도 그런 조짐을 보이고 있다. LG는 1~5회 득점이 38점으로 가장 많다. 경기 초반 기선제압과 함께 쉽게 풀어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다. 이대형·박경수의 테이블세터가 푸짐한 밥상을 차리면 이병규·박용택·조인성이 포식하는 형국이다. 여기에 승부처에서 집중력까지 발휘하고 있다. 7회 이후 3점차 이내 접전 상황에서 12타수 6안타로 타율이 무려 5할이며 7점을 쏟아냈다. 경기 종반이 아니라도 초중반 승부처에서 타자들의 결정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LG의 달라진 클러치능력이다.
▲ 지명타자 박용택
LG의 지명타자는 로베르토 페타지니 시절을 제외하면 언제나 약점이었다. 확실한 한 방을 쳐줄 거포가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외야수를 접고 지명타자로 전업한 박용택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조짐이다. 쫄쫄이처럼 다리를 감싼 유니폼이 헐렁한 힙합 스타일로 변한 것부터 그렇다. 파워업한 박용택은 최고의 해결사됐다. 올해 LG가 거둔 6승 중 4승이 박용택의 방망이에서 결승타로 만들어진 것이다. 홈런은 벌써 3개. 이 중 2개는 대전구장에서 나왔지만, 그 2개의 타구마저 비거리상 잠실구장을 넘길 타구였다. 박용택은 "생각보다 타구가 멀리 날아가기는 한다"면서도 "스피드가 죽은 건 아니다"고 자신했다. 9경기에서 박용택의 타점은 10개로 리그 전체 3위. 홈런은 공동 1위이고 결승타는 단독 1위다. 여기에 도루도 하나 있다. 치고 달리는 4번 지명타자 박용택의 위용이다.
▲ 이병규의 폭주
LG는 지난 10일 대전 한화전 승리로 SK와 공동 1위 자리에 올랐다. 지난 1997년 7월16일 잠실 한화전 이후 13년8개월25일, 날짜로는 5016일만의 일이었다. 그때 당시 뛰었던 선수중 지금도 현역으로 있는 LG 선수는 이병규가 유일하다. 시즌 초반이지만 이병규의 방망이가 달아올랐다. 8경기에서 28타수 12안타 타율 4할2푼9리 2홈런 7타점. 1997년 슈퍼루키 시절 이병규의 개막 첫 8경기 성적이 32타수 14안타 타율 4할3푼8리 1홈런 9타점이었다. 14년 전과 달리 지난 몇 년간 이병규는 슬로스타터였지만 올해는 다르다. 그는 "지금 좋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 이길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7년 신인 이병규는 이제 팀내 최고참이 되어 LG를 이끌고 있다. 팀의 전통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선수. 그의 폭주가 반가운 이유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