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효과인가.
한화 외야수 김경언(29)이 독수리 군단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김경언은 지난 13일 문학 SK전에서 4타수 3안타 1도루로 활약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이날 활약으로 26타수 9안타를 마크한 김경언은 시즌 타율을 3할4푼6리까지 끌어올렸다. 시즌 초반이지만 한화 타선 중 유일하게 규정타석을 채운 3할타자. 이날 경기 전까지 3할 타자가 한 명도 없었던 한화로서는 김경언이 그나마 체면을 살려주고 있다.
김경언은 3번 타자로 중용되고 있다. 한대화 감독은 "지금 있는 선수들 중에서 타격감각이 가장 좋다"며 신뢰를 보내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34타수 15안타 타율 4할4푼1리로 이 부문 전체 2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던 김경언은 시즌 개막 후에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경언마저 없었더라면 한화 타선은 상상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절망적이었을 것이다. 김경언의 존재가 새삼 달라져 보인다.
김경언은 지난해 6월 8일 장성호와 안영명이 포함된 3 대 3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KIA에서 한화로 옮겨왔다. 트레이드 포커스는 모두 장성호와 안영명에게 맞춰져있었다. 오히려 KIA로 간 유망주 투수 박성호와 외야수 김다원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다. 트레이드 당시 김경언은 KIA 2군도 아니고 3군 선수였다. 거의 전력 외였던 선수를 데려왔다는 점에서 우려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트레이드의 결과는 길게 봐야하는 일이었다.
지난해 이적 이후 50경기에서 타율 2할5푼3리 11타점 8도루를 기록한 김경언은 올해 당당히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타순도 중심타순의 시작, 3번이다. 김경언은 "칠 사람이 없어서 내가 3번을 치는 것일 뿐"이라며 손사래쳤다. 한대화 감독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정확하게 맞히면서 끈질기게 승부하고 있다"고 김경언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해 트레이드 당시에만 하더라도 전혀 예상치 못한 김경언이 '깜짝'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 감독은 "원래 고등학교 때부터 방망이에 공을 맞히는 자질이 있는 선수였다. 그런데 KIA에서 자리가 없어 스스로 포기하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김경언도 "허리도 좋지 않았고, 의욕도 많이 없었다. 선수는 1군에서 많이 뛰어야 한다. 그게 선수 마음이다. 갈수록 기회가 없어 의욕이 많이 꺾여있었다. 트레이드가 내게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트레이드 후 독기를 품은 그는 다시 1군 주전 선수가 됐다.
김경언은 "작년에는 너무 오랜만에 1군에서 뛰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체력을 키우면서 나름대로 많이 준비했다. 작년과는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즌 초 반짝 활약에 머물지 않겠다는 의지다. 김경언은 우리나이로 이제 서른이다. 그는 "야구할 날이 많이 남아있는 게 아니다. 야구를 할 수 있을 때 잘하고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언의 활약은 2군에 묻혀 있는 선수들에게는 좋은 자극제가 된다. 이는 곧 트레이드가 활성화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력난을 겪고 있는 한화에게는 더 절실한 일이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