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FC의 2대 사령탑인 김상호(47) 신임 감독은 큰 포부를 가진 준비된 지도자였다.
지난 12일 강릉의 강원 FC 클럽하우스서 만난 김상호 감독은 K리그 초반 5연패를 당하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팀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는 K리그 감독 자리에 오르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김상호 감독은 1998년도에 축구에 대한 견문을 넓히고자 유럽으로 향했다. 잉글랜드에 3개월, 스페인에 3개월 동안 머물며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2002년에 전남 드래곤즈서 코치 생활을 한 김상호 감독은 이회택 감독에게 2군 감독을 맡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축구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김상호 감독은 선수들에게 기술적인 축구를 강조했다. 선수들도 처음에는 감독의 축구가 낯설었지만 조금씩 받아 들였다. 김상호 감독은 자신의 축구에 선수들이 적응하는 데 4~5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팀은 2군리그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 당시 김 감독이 가르쳤던 선수로는 백지훈, 강민수 등이 있다.
시즌 중간에 사령탑에 앉은 김상호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김상호 감독은 "강원 1군 선수들은 기본 기량이 더 높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속도가 더 빠를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상호 감독은 '공부하는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A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김상호 감독은 현재 P급 지도자 과정을 교육 받고 있다. P라이선스를 받기 위해서는 오는 10월까지 논문을 제출해야 한다.
김상호 감독이 현재 준비하고 있는 논문에서는 지도자로서 더 나아가 한국 축구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축구인으로서 고뇌와 큰 포부가 느껴진다. 논문의 주제는 '대한민국 축구가 월드컵 우승을 하려면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가"이다.
김 감독은 "일본의 경우 2050년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세부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 축구와 K리그는 같은 맥락에 있다. K리그 수준이 높아져야 대표팀도 강해진다. 선진축구 흐름에 K리그가 따라가야 한다"며 K리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상호 감독은 K리그 감독에 대한 꿈을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고 꾸준히 준비해 왔다. 김 감독은 '내가 감독이 된다면'이라는 주제로 2007년부터 자신의 축구 철학과 여러 가지 축구 지식을 정리했고 2010년에 17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만들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과 관계가 중요하다. 경기에 나서는 11명의 선수만 신경 쓴다면 나머지 35명의 선수들은 소외 당한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며 선수단 전체와 소통할 뜻을 전했다. 김 감독은 각 포지션마다 선수들이 해야 할 움직임에 대해 파일로 정리를 해 놓았다. 자신의 축구에 선수들이 적응하기 시작하면 선수들에게 나눠 줄 생각이다.
선수 시절 중앙 미드필더였던 김 감독은 세밀하고 조직적인 움직임과 패스를 강조한다. 김 감독은 "볼소유가 중요하다. 볼소유를 오랫동안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해야 한다. 현재는 패싱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상호 감독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실리축구', '수비축구', '공격축구'라는 용어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전했다. 김 감독은 "축구를 공격축구다 수비축구다 이렇게 이분법적인 논리로 봐서는 안된다. 수비에 안정을 먼저 가져가는 것도 차후에 공격을 하기 위한 전략이다. 공격과 수비는 공 소유에 따라 순간순간 바뀌는 것이다"며 나머지 K리그 팀들의 전술을 존중했다.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강원으로서는 수비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팀에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강원은 K리그 정규리그 5경기서 아직 득점이 없다.
김 감독은 "득점을 못하는 것은 강원의 문제다. 우리가 어떤 공격 방법으로 헤쳐나가냐에 달려 있다. 세밀하고 다양한 공격 전술로 상대의 수비를 뚫어 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흔히들 지도자는 외롭다는 말을 많이 한다. 김 감독은 "나는 절대 외롭지 않을 것이다. 곁에는 지난 2년 동안 동거동락한 유능한 코치들이 있고 믿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믿음이 확실하다"며 밝게 웃었다.
김상호 감독의 이름은 아직까지 대중들에게 생소하다. 하지만 그는 오랫동안 K리그 감독을 꿈꾸며 꾸준히 준비한 지도자다. 현재 강원은 매서운 칼바람을 맞고 있다. 이 시기가 지나면 강원에도 꽃 피는 봄이 올 것이다.
ball@osen.co.kr
<사진> 강원 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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