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드라마 '근초고왕'에 뜬금없이 아이돌 군단이 나타났다. 최근 제작진은 걸그룹 티아라의 은정과 큐리, 그룹 초신성의 건일 등 세 명의 아이돌을 전격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감우성 주연의 KBS 1TV 대하드라마 '근초고왕'은 10%대 턱걸이 수준의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 중이다. 한때 '태조 왕건', '대조영', '용의 눈물' 등 굵직한 국민 드라마를 다수 배출해냈던 KBS 주말 사극 치곤 영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다. 그래서 일까. 아이돌 대거 투입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은정은 극중 '진아이' 역으로 캐스팅돼 진 씨가의 양대 수장인 대장군 진고도의 딸로 분한다. 근초고왕의 어머니인 소숙당을 연상시키는 여자답고 고운 성품의 여인 캐릭터로 훗날 구수와 혼인을 하고 백제의 제1왕후로 우뚝 서게 되는 인물이다. 이는 지난 2005년 '토지' 이후 두 번째 사극 도전. 그간드라마 '커피하우스', '드림하이' 등을 거치며 연기 경험을 했지만 현대극이 아닌 사극 연기는 어떨지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은정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티아라 큐리는 '여진공주' 역을 맡았다. 어머니 홍란을 닮은 말괄량이 캐릭터로,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사기와 혼인하면서 여러 가지로 사기를 괴롭히지만, 사기의 망명사건으로 인해 결국 왈가닥에 고집스러운 성격을 버리고 다시 사기와 재회할 때, 그의 충실한 아내가 되는 인물이다. 큐리 역시 2009년 드라마 '선덕여왕'에 이어 두 번째 사극 도전이지만 아직 제대로 검증을 받았다하기엔 무리가 있는 상황.
여기에 초신성의 건일도 합류했다. 극중 '쇠꼬비' 역으로 발탁된 건일은 '근초고왕'으로 첫 사극 도전장을 냈다. 지난달 종영된 SBS 드라마 '싸인'에서 가수 겸 피살자로 출연, 시종 시체로 등장했던 건일은 알고 보면 '상두야 학교가자', '사랑을 할거야', '혼' 등 여러 드라마에서 연기 경험을 쌓았다고. 하지만 건일이 맡은 쇠꼬비 역이 향후 드라마 스토리의 상당 부분을 이끌 중요 배역임을 감안할 때, 과연 이를 소화해낼 능력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다.
세 사람 모두 연기 경험이 전무한 생짜 초보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감을 갖고 지켜볼 만도 하다. 그러나 대형 스케일을 자랑하는 굵직한 사극에 확실히 검증받지 않은 아이돌들의 연기력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무시할 수 없다.
특성상 '근초고왕'의 주시청자가 중장년층이기 때문에 자칫 설익은 연기력으로 덤볐다간 오히려 극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을 받기 십상이다. 중견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력이 바탕이 되는 사극, 이것이 아이돌들의 시험대가 된다면 작품의 흐름을 깨는 독으로 작용할지 모른다.
한 드라마 관계자들은 "아이돌들을 연달아 투입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힘들다"면서 "부진한 시청률을 만회하기 위한 승부수라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아이돌 출연이 반짝 화제를 모을 수는 있지만 중장년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극의 완성도를 무너뜨리는 무리수가 아닐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issu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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