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흔치 않은 일이었다.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떠난 친정팀. 그 친정팀 유니폼을 불과 8개월 만에 보상선수가 되어 다시 입었다. 기구한 핑퐁 인생. 하지만 그럴수록 그는 더 강해졌다. 긍정의 힘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한화 우완 투수 안영명(27) 이야기다.
안영명은 지난해 6월8일 장성호가 포함된 대형 3대3 트레이드를 통해 '고향팀' 한화를 떠나 KIA에 새둥지를 틀었다. 프랜차이즈 스타격이었던 안영명의 트레이드는 한화팬들에게 적잖은 충격이었다. 사실 한화도 쉽게 결정한 것은 아니다. 장성호는 반드시 필요한 선수였고 그에 따른 출혈이 필요했다. 안영명은 "KIA가 나를 원했다는 이야기를 전부터 듣고 있었기 때문에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고 떠올렸다.
안영명은 KIA에 빠르게 적응했다. 투구폼에 변화를 준 뒤 한층 더 위력적인 볼을 뿌렸다. 조범현 감독은 안영명을 2011년 팀의 마무리투수 후보로 올렸다. 그런데 얼마 후 일본프로야구에서 뛰던 이범호가 KIA로 왔다. KIA는 그에 대한 보상선수를 내줘야 했고 한화의 선택은 '아픈 손가락' 안영명이었다. 그렇게 안영명은 8개월간 'KIA 연수'를 마치고 한화로 돌아왔다. 2번의 이적을 겪었지만 그럴수록 그는 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안영명은 2번의 이적에 대해 "별다른 감정은 없었다. 한화를 떠날 때도 그렇고 KIA를 떠나 한화로 다시 올 때도 서운한 감정도 없었다. 그저 잘 해야겠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야구선수는 어디서든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빨강 유니폼이든 주황 유니폼이든 신경쓰지 않고 내 할 것만 한다는 한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한화 복귀 후 별다른 인터뷰를 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굳이 할 말도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2번의 이적은 안영명의 야구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다. 그는 "트레이드 전후랑 많이 바뀌었다. 기술적으로도 그렇고 마음도 많이 바뀌었다"며 "처음 KIA로 갔을 때에도 나를 원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트레이드가 내게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한대화 감독도 "그대로 있었으면 정체됐을 것이다. 한 번 나갔다가 돌아온 것이 본인에게는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 바 있다.
트레이드 맞상대였던 장성호와는 함께 재활군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안영명은 "트레이드되기 전부터 장성호 선배와 가끔 식사도 하고 편하게 지냈다. 팀에 복귀한 뒤에도 가장 반가워하며 맞이해 주셨다. 재활군에서 이런 저런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잘 지내고 있다"며 "장성호 선배님과 1군에 복귀해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제2의 친정팀이 된 KIA에 대해서도 "한화에서 KIA로 갔을 때도 같은 마음이었지만 인정사정 없이 승부하겠다"고 다짐했다.
8개월간 두 번의 이적과 우여곡절 끝에 다시 입은 친정팀 유니폼. 결코 흔치 않은 운명 속에서 안영명은 더욱 강해져 있었다. 5월부터 1군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낼 그에게 더 많은 기대가 되는 이유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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