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프로야구 '개콘이 웃고갈' 황당사고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4.16 20: 18

노후화된 경기장서 정전까지 일어나며 결국 경기 승패는 다음날(17일) 결정나게 되었다. 16일 대구구장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웃지 못할 정전 사태 속에 3-2로 두산이 앞선 상황서 서스펜디드(일시정지) 경기 결정이 났다. 경기는 17일 오후 3시 두산의 8회초 1사 공격부터 속개된다.
 
전날(15일) 1-2로 석패했던 두산은 1회초부터 상대 선발 정인욱을 세차게 몰아쳤다. 이종욱의 우전 안타와 정수빈의 중전 안타-2루 도루 등으로 1사 2,3루를 만든 두산은 김동주의 2타점 좌익수 방면 적시타로 2-0을 만들었다. 15일 경기 도중 명치 부위 통증으로 교체되었던 김동주는 이 타점으로 김경문 감독에 대한 미안함을 덜어냈다.

 
상대 선발 김선우에게 3회까지 무득점으로 묶이던 삼성 타선이 살아난 것은 4회. 삼성은 1사 후 박석민이 중전 안타로 출루한 데 이어 최형우의 우월 투런으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김선우의 가운데로 몰린 2구 째 컷 패스트볼(140km)을 제대로 당긴 최형우의 수훈이었다.
 
그러나 5회초 두산은 이종욱의 홈런포로 3-2 재차 리드를 잡았다. 이종욱은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정인욱의 5구 째 직구(145km)를 당겨쳤고 이는 비거리 105m 짜리 솔로 홈런으로 이어졌다.
 
7회말 삼성은 조동찬의 몸에 맞는 볼과 대주자 강명구의 2루 도루로 무사 2루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신명철의 2루 땅볼 때 3루로 뛰던 강명구가 태그아웃된데 이어 신명철까지 견제에 걸려 협살당한 뒤 채상병의 삼진이 나왔다.
 
8회초 두산 공격서는 한국야구의 커다란 오점이 될 해프닝이 벌어졌다. 정수빈이 기습 번트 후 1루로 쇄도하는 과정서 메인 변압기 고장으로 인해 정전이 된 것. 이미 지어진 지 50년 이상 된 노후한 대구시민운동장이 팬들의 뜨거운 야구 사랑을 담기 너무나 열악한 곳임을 알려준 한 단면이다.
 
결국 경기는 좌측 조명탑이 복구되지 않으며 17일 오후 3시 두산의 8회초 공격부터 이어지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정수빈의 기습 번트는 노플레이로 결정되었다.
 
두산 선발 김선우는 7이닝 동안 5피안타(탈삼진 9개) 2실점 호투를 펼치며 일단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에이스로서 확실한 모습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삼성 선발 정인욱은 5이닝 6피안타 3실점으로 분전했으나 패전 위기 속에 다음날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러나 더욱 부끄러운 것은 지어진 지 50년이 넘은 노후화된 구장에서 정전 사태까지 빚어졌다는 것. 거구의 장정들이 덕아웃으로 들어서기 위해 허리를 수그리고 이동하며 내부 벽에도 균열이 가득한 구장에서 벌어진 정전 사태로 새로운, 제대로 된 프로야구장의 필요성을 강조하게 한 경기다.
 
가장 최근 서스펜디드 경기는 1999년 10월 6일 전주 쌍방울-LG 더블헤더 2차전 1회서 조명시설 고장으로 이튿날 경기를 속개한 것이다. 역대 통산 6번째로 조명 시설 고장으로 인한 서스펜디드 경기 통보는 두 번째 전례다.
farinelli@osen.co.kr
<사진> 김선우./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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