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광주구장. 7연패 수렁에 빠진 한화 한대화 감독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믿었던 소방수 오넬리 페레즈마저 무너져 모든 구상이 어긋난 상황. 한대화 감독은 이날 선발투수를 거론하며 "150개까지 던지게 할거야. 완투 해줬으면 좋겠어"라며 바람 아닌 바람을 나타냈다.
이날 KIA를 상대한 한화의 선발은 2년차 외국인 투수 훌리오 데폴라(29). 지난해 막판 강력한 구위를 인정받아 재계약에 성공했고, 스프링캠프에서도 부쩍 좋아진 구위와 제구력으로 기대를 모았다. 한대화 감독은 "올해 정말 데폴라가 일을 낼 줄 알았다. 공만 보면 정말 좋다"고 했다. 그러나 구위를 살리지 못한 피칭으로 첫 2경기에서 뭇매를 맞았다. 한 감독은 "마음이 약한지 머리가 안 좋은건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래도 그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기대대로 데폴라는 연패 탈출에 앞장섰다. 이날 7⅓이닝 6피안타 4볼넷 7탈삼진 3실점으로 올해 최고의 피칭을 했다. 직구 최고구속은 152km까지 나왔고 투심 패스트볼이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현란하게 움직였다. 슬라이더도 기막히게 잘 떨어졌다. 10개의 아웃카운트를 땅볼로 처리할 정도로 제구도 낮게 형성됐다. 왜 데폴라가 재계약에 성공했는지를 증명한 피칭이었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데폴라는 첫 타자 김선빈에게 좌익수 쪽 2루타를 맞았다. 이범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한 후 박정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상황. 올해 한화의 첫 퀄리티스타트이자 가장 많은 7⅓이닝을 소화한 것만으로도 고무적이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첫 승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박정진이 최희섭을 2루땅볼로 돌려세웠지만, 이어 등판한 오넬리 페레즈가 대타 나지완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으며 데폴라의 실점은 3점으로 불어났고 시즌 첫 승도 함께 날아갔다.
하지만 한화는 9회 결승점을 올리며 연패를 끊고 귀중한 1승을 추가했다. 선발로서 경기를 만들어준 데폴라를 빼놓고는 이날 연패 탈출은 설명이 어렵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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