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4연패에 빠졌다. 지난 12일 사직 두산전 무승부까지 하면 10일 목동 넥센전 이후 5경기 연속 승리를 추가하지 못하며 3승1무8패로 7위를 달리게 됐다.
시즌 초 연패에 빠지며 '새사령탑' 양승호(51) 감독도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화통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수들과 문자를 주고 받을 정도로 격의 없이 지내고 있는 양승호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롯데를 1위를 이끌며 정규시즌에서도 "80승이 목표다"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을 나타냈다.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도 "시범경기 순위가 그대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며 당찬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양 감독이 원하고 계획했던 것과 많이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양 감독은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수들이 너무 잘 하려고 하다 보니 부담이 많은 것 같다"며 "경기를 즐기라"고 말했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잘 풀리 않는 점들 때문에 고민하는 점들이 있었다.

롯데가 최근 5경기에서 1무 4패로 저조한 모습을 보인 원인은 무엇일까.
▲선발 투수들의 부진, '퀄리티스타트가 없다'
롯데는 지난 5경기에서 선발 투수가 퀄리티 스타트를 한 번도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 5경기에서 선발 투수 평균 이닝은 4⅓이닝에 불과하다. 16일 LG전에서는 임시 선발 요원인 이용훈이 1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⅔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경기 후 양승호 감독도 "선발 투수(이용훈)가 초반에 일찍 무너졌는데 감독의 판단 미스였다"고 말할 정도였다.
여기에 이재곤은 거듭된 부진 속에 있다. 코리는 개막 후 두 경기 연속 퀼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으나 세 번째 등판에서는 6실점으로 무너졌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라이언 사도스키는 아직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개막 후 한 번도 마운드에 서지 못하고 있다. 장원준, 코리, 송승준 3명의 선발만 빼고는 선발 두 자리의 공백이 크다. 양승호 감독도 "선발 투수진의 공백이 예상보다 크다"며 안타까워 했다.

▲"테이블 세터진이 출루해야 이대호가 치지"
연패의 부진 속에서 양승호 감독의 마음을 가장 답답하게 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양 감독은 "앞에서(1,2번 타자) 출루를 해줘야 득점 기회가 생긴다. 우리 클린업 트리오(3-4-5번타자)는 상대팀도 피해간다. 더불어 앞에서 출루를 못하고 클린업에서 출루를 하고 오히려 7-8-9번 타자들의 타점이 높다"면서 "감독 입장에서는 썩 바람직한 흐름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는 15일 LG전에서 1번 김주찬이 3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2번 조성환도 3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클린업 트리오 홍성흔, 이대호, 강민호가 4안타를 터뜨렸지만 선행 주자가 없었기에 득점을 올리는데 실패했다. 16일에도 김주찬이 3타수 무안타, 그나마 2번으로 선발 출장한 박종윤이 5타수 2안타로 선전했다. 3-4-5번 조성환, 이대호, 홍성흔 모두 안타를 뽑아냈지만 적시타는 2-4로 뒤지던 이대호의 1타점이 전부였다.
양 감독이 테이블 세터진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가 있다. 그는 "아무래도 선취점을 내주고 경기를 따라가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테이블세터들만 조금만 더 출루한다면 좋을 것 같다"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테이블세터 부진은 클린업 부진까지…
롯데의 최대 강점은 8개구단 최고로 평가받는 클린업 트리오다. 홍성흔-이대호-강민호의 능력치는 대단하다. 지난해 이들 셋은 타율이 모두 3할이 넘었을 뿐 아니라 450안타, 93홈런 321타점을 합작했다. 롯데가 3년 연속 포스트시즌을 진출할 수 있었던 큰 힘이었다.
그러나 12경기를 치른 17일 현재 이대호는 3할3푼3리의 타율에 2홈런 8타점에 그치고 있다. 홍성흔도 2할8푼3리의 타율에 홈런은 없고 타점도 4개 밖에 되지 않는다. 강민호도 타율은 3할3푼3리지만 1홈런 3타점에 그치고 있다. 반면 잔루는 9개나 된다. 이대호와 홍성흔도 잔루가 각각 11개와 8개나 됐다. 종종 3번으로 출장하는 조성환은 1할8푼8리의 타율에 1홈런 2타점이 전부다. 잔루는 12개나 된다.
중심타선을 이끄는 4명의 타점을 모두 더했지만 17타점 밖에 되지 않는다. 잔루는 40개나 된다. 즉, 투타의 불균형이 롯데로 하여금 지난 5경기에서 1무4패라는 저조한 성적을 내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야구는 투수 노름'이라는 속된 표현이 야구계에서는 정설과도 같이 통한다. 아무리 공격이 좋아도 에이스급 투수가 나오면 점수를 뽑기 힘든 것이 야구다.
다행히 롯데는 4연패를 끊기 위해 17일 잠실 LG전에 '에이스' 송승준이 출격한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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