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뽑은 외국인 선수가 부진할 때도 4월은 구단들에게 잔인한 달이었다. 일찍 퇴출을 시켜도 외국인 선수 시장이 풍요로운 편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이름값이 떨어지는 선수를 영입하거나 시일을 두고 카드 하나로 4월을 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7일 베네수엘라 출신 우완 라몬 라미레즈를 퇴출하고 새로운 선수를 기다리는 두산 베어스 또한 그 입장이 될 만 하다. 그러나 김경문 두산 감독은 최근 "4월 중 새 외국인 투수를 데려오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비췄다.

라미레즈 퇴출 후 한동안 "언제 데려오느냐가 아니라 어떤 선수를 데려오느냐가 중요"라며 높은 수준의 외국인 투수 영입을 기대했던 김 감독. 그러나 김 감독은 시일이 지난지 며칠 만에 4월 중 외국인 투수의 가세 여부를 이야기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지난 2년 간 4월 중 영입된 후안 세데뇨(전 두산)나 맷 라이트(전 KIA) 등이 메이저리그 경력 없이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던 투수였음을 떠올렸을 때 4월 중 영입되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 그러나 최근 특수 상황을 떠올려보면 김 감독의 미소가 무슨 뜻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대한해협 건너 일본은 지난 3월 비극적인 도호쿠(東北) 대지진으로 인해 프로야구 개막이 늦춰지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인류 역사에 남을 법한 대지진은 올 시즌 일본 무대서 활약할 예정이던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재팬 드림'을 써내려 가려다가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지역에서 야구 인생을 그려나가는 것이 어려워 고국으로 돌아간 케이스도 있다. 과거 캔자스시티 선발진서 기회를 얻은 뒤 요미우리서 뛸 예정이던 우완 브라이언 배니스터나 요코하마의 새 외국인 좌완이던 브렌트 리치는 그로 인해 소속팀으로부터 '제한 선수' 공시되었다.
제한 선수는 일본 구단에 묶인 만큼 국내에서 영입할 수 없지만 자유계약 공시되는 경우는 영입이 가능하다. 두산은 바로 최근 자유계약으로 풀리는 선수 중 매력적인 카드가 있을 경우 국내 무대로 영입할 수 있다.
다만 지난 시즌 두산 소속으로 14승을 올리며 에이스 노릇을 한 켈빈 히메네스(라쿠텐)는 영입 후보가 아니다. 팔꿈치가 좋은 편이 아니라 연고지 센다이에서 재활을 하다 지진을 직접 경험한 뒤 도미니카서 개인 훈련 중인 히메네스는 1년이 아닌 2년 계약을 맺은, 라쿠텐이 기대를 갖고 영입한 투수다.
불과 5달 전 2년 계약을 맺은 투수를 자유계약 방출할 경우 이는 호시노 센이치 감독을 비롯한 구단의 안목이 잘못되었음을 자인하는 것이 되는 만큼 히메네스의 두산행은 불가능하다고 봐도 된다. 김 감독 또한 "한국 무대 경험이 없는 투수가 오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2년 전 영입 후보로 꼽혔던 MLB 통산 85승 베테랑 우완 라몬 오티스는 최근 시카고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지난 1월 테스트 예정이었으나 결국 시일을 지키지 못했던 MLB 통산 73승의 좌완 오달리스 페레스는 김 감독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투수는 별로"라며 영입 대상이 아님을 이야기했다. 그동안 스토브리그서 이름이 오르지 않았던 투수가 한국 무대에 오게 될 전망이다.
아직 두산이 후보를 압축 중인 가운데 누가 베어스 유니폼을 입을 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4월 중 국내 무대를 밟게 될 외국인 투수가 적어도 이름값이나 해외무대 실적에서 '함량 미달'로 꼽히는 투수는 아니라는 점이다. '우승'에 목이 마른 김 감독이 새 외국인 선수 후보를 압축하며 기대를 거는 이유다.
farinell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