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광주구장. KIA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7연패 늪에 빠진 한화 한대화 감독의 얼굴에는 시름이 깊었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있었다. 그 전날인 15일 광주 KIA전에서 시즌 첫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한 베테랑 내야수 정원석(34)이 희망이라면 희망이었다. 한 감독은 "정원석이라도 안 데려왔으면 어쩔뻔 했나"고 말했다. 정원석은 지난해 한화의 유일한 3할 타자였다.
정원석이 살아났다. 정원석은 지난 16일 광주 KIA전에서도 8회 결정적인 적시 2루타를 터뜨리며 2타수 1안타 1타점 2볼넷으로 활약했다. 최근 5경기에서 15타수 8안타 타율 5할3푼3리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사사구 5개를 추가해 출루율은 6할5푼에 달한다. 이 기간 동안 멀티히트만 3차례나 날렸다. 팀은 연패에 허덕였지만 정원석은 분전하고 있었다. 다만 팀 패배로 빛을 보지 못했을 뿐이었다.
16일 KIA전도 묻힐 뻔했다. 2-2 균형을 이룬 8회 2사 1·2루에서 KIA 유동훈으로부터 좌익선상으로 굴러가는 1타점 2루타를 작렬시키며 포효했다. 그러나 8회 불펜진이 1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해 결승타가 날아가버렸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9회 극적인 1점을 얻어 7연패 늪에서 탈출했다. 그제서야 정원석의 얼굴은 잿빛이 사라지고 화색이 조금씩 깃들기 시작했다.

정원석은 "정말 십년감수했다"며 "결승타도 이겨야 만들어지는 것이고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팀 승리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묻힐 수밖에 없는 게 프로의 세계. 비록 결승타는 되지 못했지만 최근 정원석의 활약은 한화 입장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어느덧 시즌 타율도 3할3푼3리로 올랐다. 한화 팀 내에서 가장 높은 타율로 전체로 놓고 봐도 14위. KIA 3루수 이범호와 같은 타율이다.
정원석은 "나 때문에 팀이 힘들었다. 동료들한테도 너무 미안했다"고 털어놓았다. 맞는 말이다. 지난 가을부터 그는 3루 연습을 시작했다. 두산 시절 내야 전천후 수비 요원으로 활약했으나 3루는 조금 생소한 곳. 한대화 감독은 타격이 되고 경험이 정원석을 3루로 기용했다. 그러나 시즌 2경기 만에 3루수에서 떨어졌다. 시범경기 막판부터 팔꿈치와 어깨가 좋지 않아 송구가 되지 않았다. 3루에서 2루 그리고 1루로 이동했다. 그 사이 한화의 수비는 헝클어졌고, 이곳저곳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정원석도 실책만 4개를 저지르며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광주 원정부터 공수에서 완전히 살아났다. 1루 수비도 좋아졌다. 정원석은 "지금 팔 상태가 조금 나아졌지만 완벽한 건 아니다. 그래도 1루는 송구할 일이 별로 없으니 할 만하다"면서도 "나 때문에 팀이 이렇게 된 것 같아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후배들한테도 맨날 열심히 하자고 한다"고 말했다. 스프링캠프 때 절정으로 달아올랐으나 시범경기와 시즌 초반 떨어졌던 타격 페이스도 점차 오르고 있다. 그는 "페이스를 너무 빨리 올린 게 문제였다. 지금도 아직 멀었다.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원석의 존재가치가 새삼 증명되고 있는 요즘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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