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연패 탈출' 한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4.17 11: 03

지난 16일 광주구장. KIA와의 원정경기를 앞둔 한화 한대화 감독은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2승9패. 이날 경기 전까지 한화의 성적이었다. 여기에 최근 7연패까지 있었다. 지난 겨울 선수들을 혹독하게 훈련시켰지만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한 감독은 "(비시즌에) 그렇게 많이 훈련시켰는데…"라며 연신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사실 감독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선발투수들은 조기에 강판되거나 경기 초반 대량실점으로 무너졌고, 믿었던 마무리투수 오넬리 페레즈마저 지난 15일 광주 KIA전에서 1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난타당했다. 타자들도 좀처럼 치고 나가지 못하니 작전을 걸 타이밍도 없었다. 감독으로서는 도무지 계산이 서지 않는 상황. 1985년 청보 시절 약팀의 감독이었던 MBC 허구연 해설위원은 "선수가 약하면 감독은 정말 힘들다. 그건 선수들도 안다. 어쩔 도리가 없다. 감독이 밤에 잠을 제대로 이루겠나"라고 걱정했다.
다행히 한화는 16일 KIA전에서 4-3으로 승리하며 연패 사슬을 끊었다. 한 감독은 "지난해 11연패를 끊었을 때보다 더 기쁘다"라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5월에도 11연패로 고전했으나 그래도 기본적으로 승부할 수 있는 전력이 있었다. 한 감독은 "올해가 작년보다 더 힘들다"고 인정했다. 시즌 초반부터 무너지니 상대팀이 무조건 잡겠다고 달려드는 것도 걱정이었다. 한 감독은 "그것이 정말 무서운 것"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감독은 "상대가 우리팀에게 한 번 지면 2패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빨리 연패를 끊어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귀중한 1승을 거두면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단 선발투수들이 경기를 만들어주기 시작했다. 15~16일 경기에서 양훈과 훌리오 데폴라가 선발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 승부가 되는 경기가 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타선에서는 지난해 팀내 유일한 3할타자 정원석의 타격감이 물올랐다. 수비 불안 속에서도 한 감독이 진득하게 믿고 기용한 게 빛을 보기 시작했다. 조금씩 짜임새가 맞아간다. 한 감독은 "전력이 약하지만 그래도 감독은 선수를 믿어야 하지 않겠나. 지금 상황에서 다그치면 역효과만 난다"고 말했다.
광주에 온 뒤 한 감독은 선수단 미팅을 통해 "결국 여기있는 선수들로 한 시즌 간다. 지금 연패한다고 너무 위축되지 말라. 절대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져도 상관없으니 후회없는 플레이하라"고 강조했다. 질책보다는 격려로 용기를 북돋아준 의미있는 자리였다.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선수들은 물론 연패로 짓눌린 베테랑들도 마음의 짐을 벗었다. 그리고 연패 탈출로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여기에 2군에서 몸을 만들고 있는 장성호와 안영명이라는 기대 전력들도 있다. 장성호는 16일 처음으로 실전경기에 나왔고, 안영명은 2군에서 3경기 4이닝 무실점 행진 중이다. 한화의 2011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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