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K 부상투혼' 로페즈, 다승-투구이닝 1위 등극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4.17 20: 06

투혼이었다. 외국인 투수에게서 쉽게 볼 수 없는 희생정신이었다.
KIA 3년차 외국인 투수 아퀼리노 로페즈(36)가 부상 투혼으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로페즈는 17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한화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했다. 지난 2경기 모두 8이닝을 던지며 승리투수가 된 로페즈는 이날 경기에서도 7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10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를 펼쳤다. KIA도 로페즈의 역투에 힘입어 8-1로 승리했다. KIA는 로페즈가 선발로 나온 3경기를 모두 승리했고, 그 승리를 모두 로페즈가 챙겼다.
이날 로페즈의 피칭이 더 눈부신건 뜻하지 않은 부상 때문이었다. 2회 고동진의 땅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1루 베이스커버를 들어간 로페즈는 오른발 뒷꿈치를 밟혔다. 고동진이 1루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로페즈의 오른발 뒷꿈치를 밟았다. 곧바로 쓰러진 로페즈는 통증을 호소했지만 곧 일어나 언제 그랬냐는듯 피칭을 계속했다. 2회 별탈없이 이닝을 마친 로페즈는 3회 안타 2개를 맞고 1실점했지만 7회까지 이상없이 던졌다.

7회까지 로페즈가 던진 총 투구수는 97개. 조금더 욕심을 내면 8회도 피칭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로페즈는 좌완 심동섭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로페즈가 향한 곳은 덕아웃이 아니라 구단이 지정한 한국병원이었다. 고동진에게 발을 밟힌 게 가벼운 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알고보니 오른발 뒷꿈치가 3cm나 찢어졌다. 구단 트레이너는 "던지지 말고 바로 꿰매러 가자"고 했다. 하지만 로페즈는 스스로 던지겠다며 테이핑으로 긴급 처방한 뒤 마운드에 올랐다.
이후 로페즈는 역투를 펼쳤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6km였는데 싱커성 투심 패스트볼로 숱한 땅볼을 양산했다. 97개 중 44개가 투심 패스트볼이었다. 여기에 슬라이더(19개)와 포크볼(9개)을 적절히 섞어 던지며 한화 타자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제구도 기가 막히게 잘됐다. 97개 공 중에서 70개가 스트라이크로 그 비율이 72.1%에 달했다. 사사구가 1개도 없었다. 다양한 공과 정교한 제구로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니 타자들도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왜 로페즈가 재계약했는지를 증명하는 피칭이었다.
이로써 로페즈는 올 시즌 3경기에서 3승을 챙겼다. 더스틴 니퍼트(두산) 송은범(SK)과 함께 다승 부문 공동 1위가 됐다. 평균자책점도 1.57로 더 끌어내리며 삼성 차우찬(1.42)에 이어 전체 2위에 올랐고 탈삼진도 17개로 전체 4위. 여기에 총 투구이닝은 23이닝으로 이 부문 전체 1위가 됐다. 확실한 이닝이터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예기치 못한 부상 중에도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위해 끝까지 마운드를 지킨 로페즈의 책임감. 왜 '투수왕국' KIA에서 가장 빛나는 투수인지를 증명한 한판이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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