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의 부활은 거포가 돕는다.
KIA 거포 김상현(30)이 부활 조짐을 보였다. 김상현은 지난 17일 광주 한화전에서 6번타자 좌익수로 선발출장, 3타수 2안타 3타점 2볼넷을 기록했다. 올 시즌 13경기 만에 첫 멀티히트를 터뜨리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이날 경기 전까지만해도 시즌 타율 1할1푼9리로 극심한 부진을 보였던 김상현은 멀티히트를 계기로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이날 김상현의 맹활약에는 4번타자 최희섭의 보이지 않는 도움이 있었다. 바로 최희섭의 방망이였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김상현은 최희섭의 방망이를 빌렸다. 짧게 쳐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김상현의 방망이는 그립 부분이 가늘다. 이런 방망이로는 헤드 무게와 원심력을 살린 스윙이 가능해 장타 생산에 유리하다. 대다수 거포들이 쓰는 타입이다.

그러나 타격감각 좋지 않을 때에는 스윙이 커지는 악효과를 낳을 수 있다. 때문에 김상현의 눈에는 최희섭의 방망이가 눈에 들어왔다. 최희섭의 방망이 그립은 조금 뭉툭하다. 헤드 무게를 살리기가 조금 어렵지만 타고난 힘이 대단한 최희섭에게는 최적의 방망이다. 최희섭도 그립이 뭉툭한 방망이를 통해 타율 2위의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고 있다.
최희섭의 방망이를 빌려 쓰자마자 침묵했던 김상현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다. 시원한 장타는 없었지만 중요할 때 알토란 같은 적시타가 터져나왔다. 1회 2사 1·2루에서 우전 안타로 1타점 적시타를 기록한 뒤 2회에도 2사 만루에서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로 2타점을 쓸어담았다. 공을 정확하게 갖다 맞히는데 주력한 것이 기대했던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짧게 쳐서 안타를 만들겠다는 김상현의 의도는 그대로 적중했다. 타격 2위에 빛나는 최희섭의 방망이가 잠자고 있던 김상현마저 깨운 것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최희섭은 좌중간 담장 밖으로 넘어가는 비거리 130m 대형 장외포로 올해 마수걸이 홈런을 신고했다. 올해 13경기에서 김상현과 최희섭의 합작 홈런은 고작 2개이지만 자고로 거포는 몰아치기에 능하다. 최희섭의 방망이를 빌려 쓴 후 감을 끌어올린 김상현이 최희섭과 함께 다시 한 번 '공포의 CK포'를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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