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는 있었지만 믿음은 버리지 않는다.
한화 외국인 투수 오넬리 페레즈(28)는 지난 주말 KIA와의 광주 3연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경기 연속 블론세이브를 저지르며 고난의 시간을 보낸 것이다. 한화도 믿었던 오넬리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지금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무조건 오넬리를 믿고 그의 부담을 덜어주는 수밖에 없다.
지난 15일 경기가 결정타였다. 이날 오넬리는 7회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4-3으로 리드를 잡자마자 한대화 감독은 오넬리를 조기에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워낙 세이브 기회가 찾아오지 않자 한 감독은 오넬리에게 중간에 미리 나갈 수 있는지 직접 의향을 물었다. 오넬리는 "언제든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화답했다. 그래서 이날 7회부터 승리를 지키고자 마운드에 올랐다.

7회 첫 이닝에 안타를 하나 맞았지만 무실점으로 잘 막은 오넬리는 그러나 8회 시작과 함께 연속 3안타를 얻어맞으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KIA 타자들은 작심한듯 1~2구에서 오넬리를 공략했다. 1⅓이닝 5피안타 1볼넷 1탈삼진 6실점. 순식간에 당한 난타. 한대화 감독도 "정신없이 두들겨 맞아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고 떠올렸다. 그래도 한 감독은 "이기는 상황에서는 오넬리를 넣을 수밖에 없다"고 믿음을 보냈다.
16일 경기에서도 오넬리는 3-2로 리드한 8회 2사 3루에서 마운드에 올랐으나 대타 나지완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고 2경기 연속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고 말았다. 하지만 팀 타선이 9회 귀중한 1점을 뽑았고, 마지막 9회말에 안타·볼넷을 하나씩 주고도 실점없이 잘 막아내 행운의 첫 승을 신고했다. 2경기 연속 블론세이브 속에 패배와 승리를 모두 건졌다. 승리 후 경기장을 떠나면서 한용덕 투수코치는 "맞아도 좋으니 자신있게 던지며 된다"고 오넬리를 격려했다.
한화로서는 오넬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선발들이 조기에 무너지는 상황에서 이기는 경기가 많지 않지만 그 경기들을 잡기 위해서라도 오넬리가 해줘야 한다. 오넬리가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 한화 불펜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코칭스태프에서도 질책과 아쉬움보다는 격려를 통해 용기를 북돋아주고자 하고 있다. 한대화 감독도 지난 16일 직접 마운드에 올라 오넬리에게 "마음 편하게 하라"면서 힘을 실어줬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믿음 속에 오넬리도 힘을 내고 있다. 블론세이브로 팀의 연패를 막지 못한 오넬리는 그날밤 곁에 함께 한 통역원과 치킨을 뜯으며 스트레스를 날렸다. 그리고 다음날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경기를 승리로 끝냈다. 한대화 감독은 "본인도 말은 안 해도 얼마나 부담이 크겠나. 팀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용덕 투수코치는 "힘든 과정이었지만 막아냈다는 게 의미가 있었다"고 거들었다. 오넬리도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올라가겠다"며 백의종군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누가 뭐래도 한화는 오넬리를 믿는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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